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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열하루가 지났다. 혹여 놓치는 뉴스가 없는가 짬짬이 챙겨 보고 있으면, 날마다 선물처럼 소식들이 쌓인다. 경남하고도 시골 마을인 이곳에서, 다른 대선후보를 찍었음에 틀림없었을 사람들이 흐뭇한 표정으로 세상 바뀌는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그 열하루가 지난 사이,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한결 가뿐해졌다. 풀 베는 낫은 더 잘 드는 것 같고, 집 고치느라 뚝딱거리는 나무는 아귀가 잘 맞아떨어진다. 저녁 밥상에 앉은 식구들이 더 웃게 되었고,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잘 믿게 되었다.
일본의 이름난 대목장으로 니시오카 쓰네카즈라는 사람이 있다. 우리로 치면 경복궁이나 종묘 같은 건물을 짓거나 새로 고치는 일의 우두머리 목수. 그는 작은 몸놀림 하나, 말 한마디, 허투루 뱉는 법이 없었고, 원칙을 지키는 데에는 물러서는 법이 없어서 ‘자를 든 사제’라고 불렸다.
평생을 그렇게 살면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을 고치고, 새로 짓고, 돌보았다. 10년 전, 시골 살림을 시작하고, 아이를 낳고 모든 것이 어설프고 우왕좌왕일 때 밤마다 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마음을 다독였다. 그리고 지난 열흘 동안 니시오카 쓰네카즈가 말한 일을 한다는 것, 건물을 짓는다는 것이 정치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 있다.
“백 점을 맞으면 훌륭하다고 박수를 치는 학교와는 다른 것입니다, 일은. 백 점을 맞아야 하는 게 당연합니다.”
그는 대대로 대목장에게 내려오는 구전을 몇 가지 사람들에게 소개했는데, 그 가운데 스스로 가장 중히 여기는 것으로 “백 가지 생각을 하나로 모으는 기량이 없는 자는 조심스럽게 대목장 자리에서 떠나라”라는 말을 꼽았다.
대목장의 자리는 목수가 맡게 되는데, 건물을 지으려면 목수도 여럿이 있어야 하지만, 기와장이, 미장이, 석수장이, 칠장이 같은 여러 사람이 모여야 일이 된다. 건물을 지을 때마다 늘 새로운 사람들을 모아서 일을 해야 하고, 저마다 자기 성깔이 뚜렷한 사람들인데도, 그 사람들의 성깔을 잘 살려서 일을 해야 한다는 것. 그런 사람들을 이끌고 건물을 짓는 일이 잘되지 않으면 그것이 스스로의 책임이라는 것을 늘 가슴에 두고 일했다고 한다. 새 정부의 사람들이 하나씩 이름 불릴 때마다, 저마다 성깔을 살려, 일이 되게끔 하려는 마음이 얼마나 간절한지 환히 드러난다.
또한 니시오카 쓰네카즈는 대목장으로서 완벽에 가까운 솜씨와 여러 일꾼들의 우두머리로 일을 제대로 완성해 나갔던 삶의 모습과는 다르게, 식구들에게는 그리 좋은 가장이 아니었음을 고백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일이 아무리 바쁘더라도 날마다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 때만큼은 함께 곁에 누워 잠이 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일에도 사람에게도 온 마음을 쏟았다. 5월18일에 태어난 광주의 한 사람을 껴안는 대통령의 모습도 그랬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위로하고 돌보는 마음으로 시작해서, 일들이 꾸려지고, 정책이 마련되고, 다시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달라질 것이다.
새로운 대통령의 지난 열하루(마치 백 일, 혹은 열 달과도 같았던)를 돌아본다. 하나씩 되짚는다. 앞으로 다가올 날들도 그리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지난 정부들도 그러했으니까. 니시오카 쓰네카즈가 말했다.
“우리는 편백나무를 써서 탑을 지을 때 적어도 삼백 년 후의 모습을 생각해 가며 짓습니다. 삼백 년 뒤에는 설계도 같은 모습이 될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서까래와 들보를 올리는 것입니다. 우리들도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느냐 하면, 정성껏 하는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온 정성을 다해 한다, 이것뿐입니다.”
전광진 | 상추쌈 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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