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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사회 구성원들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초기에 서로 돕고 배려하는 모습 대신 탓하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이건 원격수업이 아닙니다. 언제까지 우리 아이들을 방치하실 생각이십니까?’라는 청원 글이 올라오고, 이에 화답하듯 교육부에서 실시간조회, 종례와 주1회 이상 쌍방향 수업이라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에 여러 교원단체는 쌍방향 수업을 할 여건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체적 가이드라인은 혼란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는 논평을 하였다.

너무 익숙한 장면이다. 일부에서 어떤 문제가 생기고 국민의 불만이 터져 나오면 바로 반응하며 책임을 면하기 위한 섣부른 대안으로 아직 의사 표현을 하지 않은 다수를 소외시키거나 문제 위에 다른 문제 하나를 더 던져 혼란을 가중시키는 일 말이다.

“상대에 대한 모든 비난은 충족되지 않은 욕구의 비극적 표현이다”라는 말이 있다. 청원 글을 읽어보니 역설적으로 학교가 그동안 아이들의 건강과 돌봄, 학습 등 얼마나 많은 영역에서 역할을 해오고 있었는지, 교육의 핵심이 일방적 지식 전달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사이의 관계와 소통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원격수업이 길어지면서 “배움에 빈틈이 없도록 꼼꼼하게” 챙기겠다는 교육부의 약속을 믿었다면 지금 상황은 분명히 실망스러울 것이다. 대부분의 학교와 교사들이 일선에서 어떤 노력을 하는지 들을 기회가 없다면 아이들이 처한 상황에 분노마저 느낄지 모르겠다.

우리는 팬데믹 상황에서 경제적 가치나 효율성보다 안전과 생명의 가치를 선택했다. 그리고 마음을 모아 협력해서 이 위기를 극복하자고 하였다. 공통의 위기를 함께 극복하는 데 진실과 진심은 중요하다. 교육부 장관이 원격수업으로 “배움에 빈틈이 없도록 꼼꼼하게” 챙기겠다는 말은 진심일지는 모르나 진실은 아니다. 해본 적도 없으면서 그것이 가능하리라 약속하고 믿게 하는 것이 공수표가 아닌가 싶다. 비대면으로 진정한 배움이 가능한지 나는 아직 모르겠다. 재직 중인 학교에서는 2학기부터 교사 협의회를 거쳐 줌으로 조회와 수업을 하고 있지만 줌 수업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나온다. 줌 수업이 어느 정도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부분 아이들이 휴대폰으로 수업을 듣고 있어서 연결감도 떨어지고 피로감도 크다. 인터넷 상태에 따라 연결이 끊기는 문제도 있고, 줌이 원격수업의 최선의 대안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시도할 수 있는 것 중 유용한 방법이기에 선택하는 것이고 계속 더 나은 대안이 있는지 찾아갈 것이다.

 

공교육뿐 달리 의지할 데가 없는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건강과 생활습관, 학습 면 모든 부분에서 공백이 생기는 것을 보고 있을 것이고 이는 자연스럽게 교사와 학교, 교육 당국에 대한 불만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사들도 학부모 못지않게 안타까워하고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러기에 그 청원 글이 ‘우리의 아이들을 돌보는 데 함께 힘을 모아주세요’라는 절절한 호소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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