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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캐슬 좀 봐. 이제 갈 데까지 갔나봐. 나한테 인터뷰 요청이 쏟아지네? 코디 있냐고? 있어. 연봉 1억원까지는 내가 직접 확인. 수억원인 사람도 있다는데 이건 미확인. 입시가 복잡해져서 애들이 해야 할 게 늘어나잖아. 그러니까 전략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잖아. 그걸 외주화한 게 컨설턴트. 컨설턴트가 매니저를 겸하면 코디. 

입시제도 바꾸면? 그다지 좋아지지 않을걸. 글쎄. 변별을 수능으로? 애들이 다 학원으로 가. 변별을 내신으로? 교실이 지옥이 돼. 변별을 비교과로? 이건 너무 불공정하잖아. 이러다간 나라가 망해. 뭔가 근본적인 게 필요해. 

진보 동네에 오래된 떡밥이 돌아다니네. 아직도 이 떡밥을 무는 사람들이 있네. 2012년 대선 공약집에 있었지.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라고 있었지. 그런데 2017년 공약집에선 사라졌어. 문재인 이념이 우경화 되어서? 민주당 의지가 약해져서?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아냐. 지방에는 국공립대가 많아. 그런데 서울·수도권엔 없어. 서울·수도권 수험생이 30만명이야. 근데 이 지역 국공립대는 겨우 1만명이야. 국공립대 공동입학? 공동학위? 도저히 그림이 안 나와. 그럼 2012년 공약은? 엉터리. 시뮬레이션도 안 해본 엉터리. 

그다음 떡밥은 ‘공영형 사립대’. 이걸 또 무는 사람들이 있네. 정부가 돈을 주고 사립대를 사자는 거야. 이사진 절반 이상을 공익이사로 바꾸자는 거야. 이걸 도대체 누가 원한대? 망할 위기에 있는 지방 사립대. 여기에 돈을 퍼주자고? 국민들이 반대해. 그러니 기재부에서 ‘빠꾸’당해. 역시 엉터리. 시뮬레이션도 안 해본 엉터리. 

서울대 폐지론? 박원순이 물었던 떡밥? 서울대 없애 보라지. 연고대가 서울대 되겠지. 왕은 왕이어서 왕이 아니거든. 왕으로 대접받으니까 왕이거든. 이 말을 한 사람이 누구였더라. 카를 마르크스 형님이었던가. 

제발 네 어깨에 힘을 빼. 나도 돈 주자는 데 동의해. 공동입학제에 동의하는 유력 대학에 돈을 주자. 매년 교수 1인당 1억원 비율로 퍼주자. 서울대에 2200억원, 연세대에 1600억원, 고려대에 1400억원, 경북대에 1100억원, 동국대에 700억원…씩 지금보다 더 주자. 그 대신 사립대의 자율권, 인정해 주자고. 학생선발권만 가져오자고. 학생선발권 그냥 뺏어오면 위헌결정 날 거거든. 그러니까 그 대신 돈을 주자고. 그러면 정부 예산의 1%로 해결할 수 있어. 5조원으로 해결할 수 있어. 고졸자 3분의 1 이상 수용하는 전국적 공동입학제 만들 수 있어. 이걸로 인기전공 경쟁은 못 막아. 하지만 인기대학 경쟁은 막을 수 있어. 

대학평준화가 아니야. 대학에 돈을 주는 대신, 교육여건의 ‘하한’만 정하고 ‘평가’만 요구하는 거거든. 나머지 돈은 대학 맘대로 쓰게 해주는 거거든. 대학은 솔깃할 거야. 요새 돈이 없으니까. 돈이 없어서 강사들도 자른다잖아. 

가만히 생각해봐. 누구의 기득권도 해치지 않아. 대학은 정부예산 받아서 돈이 많아져. 학부모는 사교육비 줄여서 돈이 많아져. 학계, 교육계 관료 나으리들 기득권도 그대로. 명문대 동문회는 싫어하겠지만. 쪼끔 더 팬시한 상상 해볼까? 나머지 돈의 일부를 장기연구에 쓰기로 해보자. 노벨상 나올 거야. 어때. 이 정도면 해볼 만하잖아? 

꼰대는 반대할 거야. 사립대와 국립대는 근본부터 다르니라~ 에헴. 유럽식 대학평준화가 답이니라~ 에헴. 미친. 거긴 사립대가 없잖아. 한국은 사립대 비율이 세계 최고야. 미친 체제니까 미친 대안이 나오는 거야. 사학에 왜 국민 세금을 퍼주냐고? 그럼 네 대안을 말해봐. 대안을 말해보라고!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를 잡으려면 필요하잖아. 그러니까 흰 고양이와 검은 고양이 모두에게 먹이를 주자. 등소평 선생님 말씀. 내가 살짝 바꿔봤어. 

누구는 대학 서열이 문제가 아니래. 학부모의 욕망이 문제래. 도덕선생님 납시오~ 부동산 투기를 비난하면, 집값이 내려가기라도 해? 학부모 욕망을 비난하면, 입시경쟁이 줄어? 요새 교육경쟁이 쌍팔년도 출세경쟁인 줄 알아? 양극화로 인한 공·포·경·쟁이 겹쳤단 말이야. 공포에서 벗어나고 싶은 경쟁! 그래서 적어도 인서울 지거국 하려는 경쟁. 어휴 지친다. 이런 사람들은 10년 뒤에도 똑같은 소리 할 거야. 설교로 밑밥 깔고 훈계질 계속할 거야. 

나도 알아. 이게 만병통치약은 아냐. 대학 서열로 인한 경쟁은 막을 수 있지만, 노동시장 양극화로 인한 경쟁은 못 막아. 하지만 적어도 경쟁을 대학입학 이후로 지연시켜. 진보 양반들은 고개를 젓겠지. 무엇보다 내 ‘발상’이 맘에 안 들겠지. 사회적 타협을 돈으로 하자는 거니까. 

돈으로 가치를 사? 제발 그러자. 돈으로라도 가치를 사자. 애들 다 죽잖아. 아니, 아예 애를 안 낳잖아. 제발 이 떡밥 좀 물어. 

물기 싫어?…그럼 그냥 지옥캐슬에서 계속 살든가.

<이범 | 교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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