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것은 연구자들이 집중적으로 작업하고 검증해서 내놓는 전문지식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시중에 떠도는 소문이나 인터넷에서 전달되는 지식의 수명은 훨씬 더 짧을 듯하다. 매일 엄청난 양으로 쇄도하는 정보의 대부분은 하루만 지나도 가치를 상실할 만큼 휘발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질 언론사나 일부 유튜버들이 클릭 장사를 하기 위해 퍼뜨리는 과장된 기사나 가짜뉴스는 유통기한 자체가 무의미하다. 사이비 지식에 현혹되지 않으려면 냉정한 팩트체크의 여과 장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단편적 지식이 아니라, 세계를 이해하는 총체적 지성이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콘텐츠를 선별하고 엮어내는 인식의 틀이다. 예를 들어 새롭게 각광받는 ‘핫플레이스’에 관한 정보는 머지않아 낡은 것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자영업을 준비하면서 소비자들의 공간적 취향이 어떤 패턴으로 달라지는지를 장기적으로 파악하고자 한다면, 그 정보는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다. 문제의식이 명료할 때, 정보는 지식으로 체계화되고 더 나아가 지혜로 승화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지금 정보의 구슬은 넘쳐나지만, 그것을 꿰는 방법과 도구가 빈약하다. 지식을 자기 나름의 관점으로 편집하고 업그레이드하는 기술 말이다. 그것은 검색 등으로 간단하게 취득되는 요령이 아니다. 부단한 연마를 통해 향상시켜가야 하는 핵심 역량이다. 경험과 현상에 대한 섬세한 관찰, 내면에 대한 깊은 성찰, 밝고 넓은 이성에 의한 통찰이 어우러지면서 지성은 한 뼘씩 자라난다. 그 안목으로 앎을 리모델링하면서 삶을 쇄신해갈 수 있다.
얄팍한 트렌드만 좇고 SNS와 뉴스에 휩쓸리는 마음으로는 퇴행할 뿐이다. 세상의 흐름에 적응하는 수준을 넘어 변화를 리드할 수 있으려면, 자기 안에서 유동하는 창의성을 일깨워야 한다. 그것은 혼자서 해나가기엔 버거운 일이다. 양질의 지식을 공유하고 개발하면서 생각의 그릇을 함께 빚어가는 공부 모임이 다양하게 꾸려져야 한다. 학습의 동기를 심화하고 배움의 지향을 확장하는 질문 공동체, 거기에서 우러나오는 집단 지성으로 우리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은 떨어지지만, 연륜이 쌓일 수 있다. 물론 경험이 저절로 자산이 되지는 않는다. 자기를 상대화하면서 보편적인 관점으로 나아가고, 사물의 근본을 캐묻는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정신으로 인생 문해력(life literacy)을 높여가야 한다. 주어진 일상에 충실하면서, 보이지 않는 세계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 “이미 일어난 과거를 알려면 검색하고, 현재 일어나고 있는 것을 알려면 사색하고, 미래를 알려면 탐색하라.” 고 이어령 선생님의 말씀이다.
김찬호 성공회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