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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대 국회에서 참 많은 국회의원을 만났다. 내 생에 만났던 국회의원 숫자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대부분이 청년 문제에 대해서 우호적이지도 않고 적대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여당 의원은 물론이고, 야당 의원도 그랬다.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이해가 아주 안 되는 일은 아니다.

비유를 들자면, 국회의원은 이종 격투기 선수와 비슷하다. 어떤 분야이든지, 자기가 있던 곳에서 나름대로 최고의 성과를 내고 그 성과를 기반으로 국회에 들어온 것이다. 원래 자기가 하던 일, 자기가 관심 있는 일이 있다. 그리고 3선, 4선, 그렇게 성공한 정치인들, 그들도 마찬가지이다. 몇 년에 걸쳐 성과를 내었기에 그 자리를 유지한 것이고, 그렇게 성공을 만들어준 분야나 사업들이 있다.

청년 문제는 자신들이 성공한 과정으로 보면, 번외의 일이다. 그리고 사업이나 예산의 우선순위에서, 경쟁적이다. 인권 전문, 부동산 전문, 민주화 전문, 의료 전문, 외교 전문, 국방 전문, 하여간 다양한 전문 분야가 있고, 청년은 그러한 주요한 의제에 비하면 한참 후순위이다.

청년에 대한 얘기로 유명해진 의원을 만나봤는데, 자신은 이제 다른 주제에 집중할 것이라서 청년을 더 다루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 정도면 양반이다. 각종 대중 강연에서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자신의 속마음은 청년이 게으른 게 진짜 문제라고 생각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19대 국회에서, 진짜로 청년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딱 두 명 만났다. 한 명은 논리로 그런 결심을 하게 된 사람이고, 한 명은 가슴으로 그렇게 생각한 사람이다. 실제로 취업을 못해서 계속 입사 원서를 쓰는 자녀를 보면서 청년 문제가 진짜로 심각하다고 느끼게 된 사람, 그가 정세균이다. 국회의원 아버지의 힘을 자녀의 취업에 쓰지 않고, 그걸 사회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걸 보면서, ‘가슴의 힘’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본 적이 있다.

이 취준생 아버지가 우여곡절 끝에 국회의장이 되었다. 20대 국회에는 젊은 사람들이 19대보다 더 없고, 청년 대표는 실종되다시피 했다. 누가 국회에서 청년을 대변할 것인가? 이 질문 앞에 우리가 서게 되었다. 국회의장 대표발의로 준비되는 청년세 법안이 청년을 대변하는 정치인 정세균의 연장선에 있다. 국회의장이 되기까지, 정치인으로서 그가 했던 수많은 일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청년이다, 이런 선언과 같다.

그렇다면 청년세가 청년 문제의 만병통치약인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고용 형태, 청년 수당, 최저 임금, 지역별 주거권, 많은 정책들이 있을 수 있다. 그중의 하나이다. 기업이 돈 내면 모든 문제가 풀린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10년 정도 기간을 정해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목적세, 시행할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기간에 문제가 해소되거나 완화되면, 원래 법의 취지대로 사라지는 목적세이다. 그러나 10년이 지나도 풀리지 않는다면? 좀 더 근본적인 다른 대책들을 추가적으로 더 생각해야 할 것이다.

청년이 힘들다고 모두들 말한다. 그러나 정말로 청년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정치인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그렇지만 많은 국민들의 정서가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공기업이 청년 고용에 대해서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작년의 여론조사에서 80% 이상의 찬성률이 나온 적도 있다.  

청년들을 위한 세금을 신설할 것인가 아닌가, 이 논쟁이 내년도 사업을 위해서 지금 바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치는 왜 하는가?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누군가 판단을 해달라고 맡겨놓은 것 아닌가? 눈앞의 정치만큼 미래의 경제도 중요하다. 청년 세법 논쟁, 여당 대표의 단식만큼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석훈 | 타이거 픽쳐스 자문·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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