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4대강을 포함해서 가습기살균제, 미세먼지, 폭염, 미세플라스틱 등 열거하기도 버거운 각종 환경문제들에 대한 수습이나 개선에 관한 긍정적 소식은 감감하고 오히려 시간이 가면서 더 많은 문제들이 불거지는 형국이다. 이 만연한 문제들의 해결을 모색해야만 하는 국정감사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기 환경부 장관의 전격 교체가 공표되었고 국정감사는 흐지부지 넘어갔다. 환경부 장관 교체발표 바로 얼마 전 문재인 정부의 2기 내각구성을 위한 대규모 장차관 교체가 있었다. 이 당시 포함되지 않았던 환경부 장관이 묘한 시기에 교체된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지난봄 발생한 ‘재활용쓰레기 수거대란’의 대응문제가 이유였지만 그렇게 인정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어 보인다. 다음 세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알량하게 남겨진 얼마 안되는 자연공원에까지 케이블카와 공항 등 개발사업이 정부의 힘에 기대어 추진되어왔지만 진전은 없었고, 급기야 흑산도공항 건설사업이 공원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자 바로 장관 교체가 공표된 것이다. 개발본능이라 할 만큼 각종 토건행위에 대한 신봉은 촛불을 통해 일어선 정부라도 별반 다르지 않은가 보다. 자연공원에서만큼은 대규모 개발사업을 용인하지 않는다는 국가의, 환경부의 지극히 기본적인 업무수행 의지가 내심 못마땅했나 보다.

환경부 장관을 경질시킬 만큼 흑산도공항이 중요할까? 찬성과 반대는 한 치의 양보도 없어 보이는데, 이제는 다른 시각에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는 건 아닌가 한다. 최근 몇 년간 우리는 귀에 딱지가 박히도록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을 들어왔다. 마치 이 경쟁에서 뒤처지면 국가가 곧 망할 것처럼 했지만, 말만 요란했지 현실은 이미 뒤처져 있는 것 같다. 4차 산업혁명의 상징적 기업 중 하나는 ‘우버(Uber)’인데, 이미 전 세계 공유경제서비스에 관해 독보적 입지를 구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존재감이 없다. 흑산도공항과 4차 산업혁명, 결이 다른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개인적으로 우리나라가 처한 현주소와 묘하게 일치되는 안타까운 조합으로 보인다. 우버는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보아오던 소위 ‘하늘을 나는 택시’를 2년 후인 2020년에 시범운영하고 5년 후인 2023년에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용금액도 1.6㎞당 500원 수준으로 떨어뜨린단다. 대략 계산하면 흑산도에서 육지까지 약 3만원에 각종 제약 없이 이동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2023년은 먼 미래가 아니다. 흑산도공항 건설이 원활하게 추진될 경우 개항이 가능한 해와 같다. 물론 우버의 ‘에어택시’는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첨예한 대립이 진행 중인 흑산도공항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그동안 국가의 핵심·첨단사업은 대부분 서울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 국토의 불균형 발전으로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늘 소외감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고, 특히 도서지역 주민들은 참담한 기분으로 살아가야만 하는 상황을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 온 것이다. 주민의 염원을 핑계로 추진하는 흑산도공항이 건설된다 해도 현실적으로 운행 가능한 노선은 서울~흑산밖에는 없을 것이다. 또 다른 서울 블랙홀을 만들 뿐이다. 현시점에서 ‘미래는 소외된 국민을 우선으로’ 새로운 혁신교통을 개발하여 낙후된 국립공원 도서지역에 우선 배치하겠다는 정책 추진은 어떨까? 이를 준비하기 위한 ‘에너지자립도서’는 어떨까?

4차 산업혁명을 말하는 정부가 국립공원에까지 구시대적 토건을 추진하고, 이를 막고자 하는 환경부 장관은 경질되었다. ‘촛불민심’ ‘적폐청산’ ‘정의사회’를 외치며 고위공직자 인사배제 원칙을 표명하며 출발한 정권에서 새로 내세운 장관 후보자는 이 ‘원칙’과는 전혀 부합하지 않아 보인다. 촛불 이전 인사참사와 변한 것 없는 반복의 레퍼토리이다. 촛불혁명의 유통기한이 다 되어가는 것 같은 안타까움은 나뿐일까? 초심을 생각해볼 때이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주제별 > 녹색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너지 전환 ‘조급증’  (0) 2018.11.16
첫 마음으로  (0) 2018.11.09
정부 환경 정책이 주는 ‘신호’  (0) 2018.10.26
‘빈곤’한 복지철학  (0) 2018.10.19
좋은 일자리 농사  (0) 2018.10.12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