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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하겐 | 이로사기자

ㆍ덴마크의 직업교육훈련제도
ㆍ실업·재직자 손쉽게 역량강화…평생교육으로 고용안정 도모

독일의 칼 베텔스만 재단은 1988년 이래 매년 ‘칼 베텔스만상’을 시상한다. 교육·대학·고용·보건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한 해 가장 창조적인 활동을 한 단체나 제도에 대해 상을 수여한다. 99년 주제는 ‘미래의 직업교육’. 수상은 덴마크의 직업교육훈련제도에 돌아갔다.

“덴마크는 평생교육체제입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어떤 단계든 교육 받을 수 있죠. 실직하면 새로운 기술을 교육받을 수 있게 도와줍니다. 재직자들도 직무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을 언제든 받을 수 있고요.”

 
코펜하겐 기술교육대학(TEC)의 교육실습 모습. 덴마크에는 115개의 기술대학과 경영대학이 청소년·성인에 대한 직업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TEC는 기술대학 중 하나로 코펜하겐 지역 내 5개의 캠퍼스를 갖고 있다.



지난 5월27일 만난 코펜하겐 기술교육대학(TEC)의 성인교육 컨설턴트 예트 노셀이 말했다. 덴마크의 직업교육제도는 실업·재직노동자들의 노동시장 역량 강화를 통해 양질의 고용안정성을 달성하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덴마크의 직업교육은 직업대학이 담당한다. 전국 115개의 기술대학과 경영대학이 청소년·성인에 대한 직업교육을 함께 실시하고 있다. TEC는 기술대학 중 하나. 코펜하겐 지역 내 5개의 캠퍼스를 갖고 있다. 한 해 약 5000명의 학생들이 이곳에서 교육을 받는다. 직업교육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청소년들 대상의 ‘초기 직업교육 훈련’과 성인들 대상의 ‘계속 직업교육 훈련’. ‘초기 직업교육 훈련’은 9년(혹은 10년)의 의무교육을 받은 후 직업적 기술을 배우기를 원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 대비 비율은 절반 정도다. TEC에선 자동차, 전기, 도자채색, 간판기술 등 30여개의 과정을 가르친다. 대학에서만 공부하는 것은 아니다. 20주의 1단계 프로그램을 마치면, 대학과 계약을 맺은 기업에 2년 반에서 4년간 실습을 나간다. 이 과정을 거치면 ‘숙련 기술자 자격증’을 발급받는다.

‘계속 직업교육 훈련’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노동시장 훈련’이다. 주로 실업자·재직자·미숙련 노동자 등 성인을 대상으로 한다. 기간은 1일~6주 정도로 짧지만 프로그램은 2200여개로 다양하다. 덴마크의 계속 직업교육 훈련 참가율은 58.5%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예트 노셀은 말했다.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함이죠. 기술이 없거나 낡은 기술만 가진 미숙련 노동자들은 장기 실업자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요즘과 같은 경제 위기에서는요. 계속해서 직업 교육을 해서 새로운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예요.” 이 때문에 덴마크에선 고령의 노동자들이 분야를 바꿔 재교육을 받는 경우도 흔하다.

학생들이 내는 비용은 거의 없다. 교육부는 직업 대학에 학생수에 따라 재정을 지원한다. 기업이 훈련생에게 수당을 지급한다. 성인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국가가 참가자에게 생계비를 지원한다. 재직자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경우엔 기업에도 지원금이 나간다. 이 지원금은 ‘노동시장훈련기금’에서 나오는데, 이는 기업들이 상용노동자수에 비례해 내는 분담금을 모아 만든 기금이다. 노사가 공동관리한다. 노동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직업교육에서도 사회적 파트너들간의 협력관계가 긴밀히 돌아가는 셈이다.

특히 업종별로 노사 양자로만 구성되는 업종위원회가 큰 역할을 담당한다. 교육 제도의 틀은 교육부에서 마련한다. 그러나 세세한 교육 내용에 있어선 노사 파트너들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예트 노셀은 “59개의 업종위원회가 기술 교육과정의 목표, 교육방법 등을 함께 논의해 프로그램을 만든다”며 “특히 지금 환경 변화에 따라 이 사회에 어떤 직업이 필요한지, 어느 수준의 교육을 시켜야 할지 등을 상세히 논의한다”고 말했다.

시장 상황에 따라 교육 분야도 수시로 바뀐다. 최근엔 각 분야의 ‘최첨단 기술’에 중점을 두고 있다.

“어떤 분야에서 실업자가 늘면, 그 분야를 찾는 학생들도 적어져요. 또 학생들이 많이 찾는 분야는 최근 각광 받는 산업이라는 의미예요. 그럼 그 분야를 더 중점적으로 개설하는 식이죠. 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취약한 산업의 노동자들을 새로운 산업으로 이동시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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