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행사에 참석했다. 천안 국립 망향의동산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안희정 무죄” 소식을 들었다. 예상하지 못했고 동승한 여성들도 술렁거렸다. 이번 재판은 대단히 중요하다. 유력 인사의 사건이어서가 아니라 권력형 성폭력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미투 운동에 대한 한국 사회의 ‘대답’이기도 하고, 김지은씨가 많은 여성들에게 용기를 주었기 때문에 다른 미투 사건의 피해자들에게도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재판의 가장 중요한 쟁점은 위력(威力)에 대한 인식이다. 재판부는 피해 여성이 경험한 위력의 정도가 의사 표현을 불가능하게 할 상황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여성을 포함해 많은 이들도 “피해자가 성인이고, 가해자 행동에 대해 자기주장을 할 시간이 충분했는데 왜 그런 관계를 ‘유..
지난 3월 국회에서 감정노동 관련 법안이 통과되었다. 감정노동 논의 10년 만의 결실이다. 법안 내용은 만족스럽지 못하나 그나마 촛불혁명 덕분에 가능한 결과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요구를 받아 감정노동을 국정과제에 포함했다. 때마침 작년 5월1일 국가인권위원회는 국회와 노동부에 감정노동 개념을 공식화하고 감정노동자 보호조치를 마련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감정노동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2007년 감정노동 해결을 위한 국가인권위원회 첫 간담회 자리가 기억에 선하다. 당시 한 관계부처 공무원의 “이 세상에 스트레스 안 받고 일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라는 발언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주무 부처 공무원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정책은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었던 것이다. 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