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지인이 갑자기 물었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때문에 각 당의 유력 대선후보들이 내년 대선에 어떤 공약을 새로 내놓을 것 같은가라는 질문이었다. 사실 이에 대한 답변은 별로 어렵지 않았다. 지금까지 비슷한 사건들이 벌어졌을 때 정치인들이 내놓은 대안들이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내년이 되면 청와대 제2부속실 폐지나 청와대 이전, 대통령의 사적관계에 대한 철저한 정리 등이 정당과 정치인들의 새로운 약속으로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무엇을 없애거나 더 도덕적이겠다는 선언을 한다고 문제의 본질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이후 해경을 해체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경은 실제로는 해체되지 않았고 오히려 관료조직은 더 커졌으며 한편에서는 최근 중..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인이 어제 밝힌 검찰 수사에 임하는 입장은 귀를 의심할 만큼 믿기지 않을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조사 시기는 ‘대통령 관련 의혹 사안이 모두 정리된 뒤에’, 조사 방법은 ‘서면조사’를 제시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구속된 최순실·안종범·정호성·차은택씨는 물론 이제 막 시작된 안봉근·이재만 전 비서관들에 대한 수사까지 모두 완료된 시점에야 조사를 받겠다는 것이다. 변호인으로서 사건을 검토하고 변론 준비를 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누가 봐도 시간 끌기요, 검찰 수사를 가로막겠다는 술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수사 시기와 방법을 입맛대로 고르겠다는 것은 박 대통령이 저지른 범죄혐의의 중대성을 고려해도, 여전히 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오만방자한 태도로 비춰봐서도 용납될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