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전 작은 시골마을에서 이태 남짓 살았다. 여름이면 철길 옆 수로로 천렵을 나가 마을 청년들과 함께 물고기를 잡아 국수와 수제비를 넣은 ‘털레기’를 해먹고 가까운 서울에서 벗들이 찾아오면 철길 너머 논둑에서 삼겹살과 소주는 다반사였다. 밤 11시가 넘어 정기 운행 열차가 끊기면 탱크나 장갑차 혹은 자주포 같은 무기가 실린 화물열차가 지나다니곤 하던 철길이 가로지른 그 마을은 ‘내곡리’였고 기차역은 경의선 ‘곡산역’이었다. 방에 난 작은 창으로 마을 사람들의 발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는 깊은 밤이면 산책을 나가곤 했는데 일부러 철길이 잘 보이는 곳까지 나가 멍하게 앉아 있은 적도 많았다. 군사용 무기들이 실린 화물열차가 지나갈 때만 볼 수 있는 실루엣이 자아내는 아우라를 느끼기 위해서였다. 무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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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 2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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