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전 내가 공부했던 베를린 공과대학은 바이마르 시대와 제3제국 시기 나치의 아성이었다. 100여명에 달하는 과학기술자들을 몰아내는 데 나치 학생과 교수들이 앞장섰고, 전쟁 중에는 무기 연구로 히틀러에 충실히 봉사했으며, 학교 안에 우크라이나에서 끌고온 강제노동자 수용소까지 두고 이들을 부려먹었다. 전쟁이 끝난 후 영국군은 이를 교정하기 위해 베를린공대 학생들에게 인문교양을 수강하도록 했지만, 나치에 부역했던 과학기술자들은 유용하다는 이유로 여전히 교수와 연구자로 대학에 남을 수 있었다. 내가 학생과 조교로 몸담았던 화학부에서는 화학무기 연구에 남다른 흥미를 보였던 골수 나치 게르하르트 얀더가 1961년 은퇴할 때까지 오랫동안 학부장을 지내기도 했다. 이렇게 과학기술자들은 오직 유용하다는 이유로 비교..
가을이 벼락처럼 떨어지자 여름이 게 눈 감추듯 사라져버렸습니다. 흩날리는 봄꽃 속에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어느덧 4개월. 그동안 새 정부는 어려움 속에서도 국민들이 원하는 많은 일을 추진해왔습니다. 불철주야 정부를 진두지휘하는 대통령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일부 과학기술 관련 인사는 실패였습니다. 박기영 교수와 박성진 교수의 고위직 지명은 과학기술자들에게 큰 실망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이에 대한 청와대의 해명이 나올 때마다 실망은 좌절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번 인사 실패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과학기술에 대한 새 정부의 철학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마저 듭니다. 과학기술은 누적적으로 발전합니다. 어제의 실험결과를 바탕으로 오늘의 실험을 이어가고, 다른 연구자의 결과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