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없이 우리는 제72주년 8·15 광복절을 기념했다. 기념한다는 것은 무언가를 기억하려는 행위이다. 기념일 제정, 기념관 설립, 갖가지 기념행사에는 개인의 사적기억을 넘어 사회집단으로 기억을 공유하겠다는 뜻이 녹아 있다. 망각에 맞서 잊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보다 적극적인 행위인 것이다. 기억하려는 행위는 그저 과거를 떠올리는 차원을 넘어선다. 과거를 어떻게 볼 것이냐는 역사인식과 맞물려 있어서다. 이는 역사의 서술, 역사적 진실 문제와도 직결된다. 따라서 과거를 어떻게 인식·기억하느냐 하는 한 사회의 집단기억은 사회적 의미와 더불어 정치성을 지닐 수밖에 없다. 기억하려는 행위의 중요성, 엄중함은 여기에서 나온다. 지배권력은 그 속성상 기억, 특히 집단기억에 내재한 정치성을 간파해낸다. 통치와 지..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제69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남북관계와 국내 현안, 한·일관계 등에 대해 언급했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는 국민에게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하고 북한과 일본 등 주변국에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기회로 활용돼 왔다. 이번 경축사에서도 박 대통령은 대혁신과 경제활성화를 국정 기조로 삼을 것을 밝히고 남북이 서로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작은 통로로 환경·문화 분야의 협력사업을 제안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꼬일 대로 꼬인 지금의 정국 상황과 국정 현안, 남북관계 등을 풀어나가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 우선 세월호 참사에 대한 성찰 의지가 보이지 않는 것이 실망스럽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를 직접 언급하지 않고 ‘올해 들어 잇따라 발생한 사건·사고’의 하나로 지칭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