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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제69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남북관계와 국내 현안, 한·일관계 등에 대해 언급했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는 국민에게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하고 북한과 일본 등 주변국에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기회로 활용돼 왔다. 이번 경축사에서도 박 대통령은 대혁신과 경제활성화를 국정 기조로 삼을 것을 밝히고 남북이 서로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작은 통로로 환경·문화 분야의 협력사업을 제안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꼬일 대로 꼬인 지금의 정국 상황과 국정 현안, 남북관계 등을 풀어나가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

우선 세월호 참사에 대한 성찰 의지가 보이지 않는 것이 실망스럽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를 직접 언급하지 않고 ‘올해 들어 잇따라 발생한 사건·사고’의 하나로 지칭하면서 “오랜 기간 쌓이고 방치되어 왔던 잘못된 관행과 적폐를 바로잡는 대혁신을 반드시 이루어내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의 존재 이유에 대해 심각한 질문을 던진 사건이다. 사고 원인뿐 아니라 사고가 참사로 이어진 과정까지 철저히 규명하는 작업이 우선돼야 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세월호 참사가 넉 달 만에 여당 내에서 ‘교통사고’로 격하되는 듯하더니 급기야 이번 경축사에서처럼 대통령의 언어에서 지워지기에 이른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정치권이 국가혁신과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는 식의 ‘정치권 책임론’도 문제다. 박 대통령은 “지금 경제법안들이 발이 묶여서 어렵게 일궈낸 경제활성화의 불씨가 언제 꺼져버릴지 모르는 위기감에 싸여 있다”며 “정치권이 진정 국민을 위하고, 민의를 따르는 정치로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길에 앞장서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미 지적한 바 있듯이 야당을 무시하고 국회를 겁박하는 듯한 이런 태도로는 경제활성화와 국가혁신은 고사하고 정국 안정조차 기대하기 어렵다.

대북 메시지 부분도 기대에 못 미친다. 대화와 협력을 강조하고 하천·산림 관리 공동 협력사업, 북한 대표단의 10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 참석, 이산가족 상봉, 민생 인프라 협력, 남북한 광복 70주년 공동기념 문화사업 등 구체적인 제안을 한 것이 그나마 지난해보다 진일보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정책이나 태도 변화도, 북한을 설득할 수단이나 전략도 읽히지 않는다. 신뢰 회복과 단절된 상태를 복구하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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