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들이 청와대 100m 앞까지 다가가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세월호 사건 진실 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 구호도 외쳤다. 지난 3일 열린 6차 촛불집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유가족들의 청와대 앞 시위는 사건 발생 이후 처음이다. 이날 전국에서 촛불을 든 230만 시민이 유가족들의 든든한 원군이었다. 전명선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그동안 한번도 못 온 곳인데 시민들과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가족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한 것에 답변 한번도 없다. 그에 대한 사과, 꼭 받아내겠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그동안 박 대통령 면담 등을 요구하며 광화문 일대에서 수백일간 농성을 하고 집회를 열었지만 경찰에 가로막혔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해 ..
처음엔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까지였다. 청와대로부터 1.8㎞. 10월29일의 첫 번째 촛불집회와 11월5일의 2차 촛불집회까지는 그랬다. 매주 광장의 함성이 커질 때마다 시민들은 조금씩 청와대 근처로 갈 수 있었다. 3차 집회는 800m 거리인 내자교차로까지, 4차 집회는 400m, 그리고 지난 주말엔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까지 갈 수 있었다. 청와대 200m 앞까지 진출한 거다. 집회와 시위를 신고하면, 경찰은 금지하고 법원이 조금 더 허용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법원의 행진 허용은 경찰의 금지조치에 빗대면 전향적인 일이지만, 법원도 기본적인 입장은 경찰의 금지와 같은 맥락이다. 다만, 경찰보다는 조금씩 더 허용하겠다는 것뿐이다. 법원이 제시하는 허용의 단서도 웃긴다. 지난번 집회를 보니 질서를 잘 지키..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한달째. 광화문에서는 100만명 이상의 꺼지지 않는 촛불이 횃불로 이어지고 있다. 뉴스는 아직도 대부분이 최순실의 국정농단 내용으로 채워지고 있다. 대통령은 헌법과 국민을 무시하고, 국가원수와 군 통수권자로서 스스로 권위를 던져 버렸다. 언젠가부터 국내 포털사이트의 청와대 연관검색어는 비아그라, 발기부전, 프로포폴 등으로 바뀌었을 정도다. 2014년 3월6일, 필자는 학군장교로서 동기생 5860여명과 함께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 앞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충성을 다하고 헌법과 법규를 준수한다’는 임관선서를 했다. 이날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로서 우리에게 ‘선배 전우들의 소임을 이어받아 강한 애국심과 투철한 사명감으로 충성을 다해줄 것’을 주문했다. 가슴 속 저 깊은 곳에서 끓어오..
서울 광화문 일대, 본래 맘 편하게 걷는 곳이 아니다. 머물러 있기에 적합한 곳도 아니다. 곳곳에서 전경과 마주칠 수 있기에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빨리 지나가고 싶은 거리이다. 청와대와 가까운 효자로, 그리고 자하문로를 걸어본 사람은 누구나 그 기분을 안다. 2016년 11월26일 다섯 번째 주말 촛불집회가 열린 그날에 모인 군중은 청와대와 가장 가까운 곳까지 행진했고 그들의 요구를 대통령에게 통보했다.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야하라”고. 그날 군중의 한 명이 되어 세종대로를, 사직로를 그리고 종로를 오후 3시부터 그다음 날 새벽 1시까지 걸었다.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아침이슬을 맞겠다는 즐거운 결기로 무장한 이 거대한 인간의 집합체를 관찰했고 그들이 외치는 구호를 채집했다. 도시의 차량을 통..
‘국뽕’은 대한민국의 구성원으로서 자긍심이 고취될 때 느끼는 심리적 만족감을 이르는 속어다. 마약에 기분이 좋아지는 것마냥 국가적 소속감이 자존감을 강화시키는 경우를 말한다. ‘국가가 허용한 유일한 마약’이라는 우스개도 있다. 지난 26일 전국 190만명의 시민이 참여한 촛불집회에서 ‘국뽕’ 경험을 했다는 인터넷 간증이 이어졌다. 지구촌 현대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클린 평화 시위’에 외신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세상 어느 나라 시위대가 집회 이후 청소까지 마치고 귀가한단 말인가. 역설적이게도 이 촛불시위를 촉발시킨 장본인 박근혜 대통령은 권력·재물·섹스·가족사가 얽히고설킨 스캔들로 매일같이 추문을 생산하며 대한민국 국격을 땅바닥에 메다꽂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방송인 허지웅은 트위터에 ..
우리 헌법 본문 앞에는 전문(前文)이 있다. 헌법학자들은 이 전문이 본문의 각 조항을 지배하는 근본원리로서, 헌법의 본질적 부분을 이루는 ‘헌법의 헌법’이라고 본다. 그래서 헌법 전문은 당연히 헌법규범의 단계적 구조 중에서 본문에 우선하는 최상위의 근본규범이 된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으로 시작하는 헌법 전문에는 곧이어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는 부분이 나온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부정선거로 헌법을 유린하고 측근들의 부정축재를 용인한 이승만 정권에 대항한 시민혁명이 4·19혁명이다. 이리하여 4·19 시민혁명의 이념은 현재를 사는 대한민국 국민이 헌법과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계승해 가야 할 이념이 된다. 지난 주말 5차 촛불집회는 서울 광화문에 150만명..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광장에서 터져 나온 지 5주가 지났다. 촛불민심은 영하의 날씨에 들이친 진눈깨비에도 꺼지기는커녕 거세지고 있다. 그만큼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 열망이 뜨겁다는 증좌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일부 정치세력들이 개헌론을 끼워 팔려고 하고 있다. 촛불민심에 편승한 곁불 쬐기다. 최근 개헌 논의 불씨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지폈다. 그는 23일 “문제 해결은 개헌이라고 생각한다. (탄핵과) 개헌도 동시에 추진하려 한다”고 말했다. 25일 국회에서 열린 ‘현 시국과 개헌 그리고 제3지대론’ 토론회에는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의원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정 전 의장과 손 전 고문은 26일 따로 만나 개헌 논의를 주고받았다.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