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서 사람을 만나다]내 잘못이 아니었다
우연히 여고생들이 독후감을 발표하는 자리에 있었다. 학생들은 책을 읽으면서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나온 학생은 성추행당한 주인공이 나오는 소설을 읽은 뒤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여자로 살면서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흔히 겪잖아요. 그런데 다들 그런 일이 여자 탓인 것처럼 말해요. 짧은 치마 입지 마라, 늦게 다니지 마라.” 그의 말에 스무 명 남짓 되는 아이들이 대개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굳이 묻지 않아도 짐작이 되었다. 그들의 할머니가, 어머니가, 언니가 감내한 일이었으니까. 나 또한 그랬으니까. 그리고 그들은, 나는 딸에게 쉽게 말했다. 네 몸가짐을 잘하라고. “그런데 그건 엘리베이터 안에서 배달되는 치킨 냄새가 좋아서 덥석 집어먹고는 치킨 탓..
=====지난 칼럼=====/그곳에서 사람을 만나다
2018. 2. 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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