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악은 어떻게 기억되어야 하는가
학살된 유대인을 기리기 위해 미국 워싱턴 DC에 세워진 홀로코스트 박물관은 일 년에 딱 이틀, 유대교가 정한 속죄일인 욤 키푸르와 기독교의 축일인 크리스마스에만 문을 닫는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이 유난히 깊은 침묵에 빠져 걸음을 옮기지 못하는 공간이 있다. 4000켤레의 낡은 신발이 뒤죽박죽으로 켜켜이 쌓여 벽을 이룬 곳. 성인 남자의 출근용 구두, 젊은 여성이 신었을 법한 펌프스, 소년의 운동화, 아장아장 걸음마를 뗄 아이가 신었을 법한 꼬까신…. 폴란드 마자넥 강제수용소에 끌려간 유대인들이 도착하자마자 벗어 나치 군인에게 압수당했던 것들이다. 신발 더미에서는 신발 주인의 체취 같기도 한 고무냄새가 스며 나와 관람객을 몸서리치게 만든다. 멍해진 관람객들을 돕는 것은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노년의 자원..
일반 칼럼
2018. 1. 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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