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데이트 폭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고발되었다. SNS상에서 폭로와 사과가 연이어 오고 가며 여기저기 기사화도 되었다. ‘데이트 폭력’이란 ‘연인 사이에 가해진 폭력’을 의미하는데, 가정폭력과 마찬가지로 은폐되고 드러나지 않는다. 이번에 SNS에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공개한 여성도 수년이 지나 어렵게 용기를 낸 것이다. 그런데 수년이 지난 지금에야 이 문제를 공개하느냐는 문제제기도 있다(금태섭 변호사가 슬로우뉴스에 기고한 ‘데이트 폭력 피해자에 대한 훈계, 그 무지에 대하여’라는 글 참조). 이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데이트 폭력에 분노하는 많은 이들이 ‘왜 맞으면서까지 상대방을 만날까’라는 의문을 버리지 못한다. 데이트 폭력이 어떻게 한 여성을 파괴하고 그의 주체적 결정을 가로막는..
이것이 만약 ‘폭력’에 대한 글이었다면 나는 차마 이 글을 쓸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글을 쓰기에 나는 떳떳한 인간이 못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고 청탁을 받아들인 것은 이것이 ‘데이트 폭력’에 대한 글이어서였다. ‘데이트 폭력’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A군이 술김에 찢어 놓았던 왼쪽 귀를 꿰매던 응급실의 불빛과 의료용 바늘의 감촉이, B군이 발로 차서 금이 갔던 왼쪽 갈비뼈가, C군이 이단 옆차기를 해서 부러졌던 오른쪽 갈빗대가 얼얼해져 왔다. 벌써 몇 년 전인데도. 내가 마지막으로 사랑했던 남자는 나를 때리지는 않았다. 단 한 대도 때리지는 않았지만 야 이 XX야 차라리 때려라, 하고 악을 쓰고 싶은 사람이었다. 화가 나면 욕설을 참지 못하는 성정이었고, 태어나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욕을 그에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