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과 경남 통영. 두 도시를 아우르는 인물이 있다.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 선생(1917~1995)이다. 선생은 통영에서 음악적 소양을 길렀고, 베를린에서 꽃을 피웠다. 선생에게 두 도시는 둘이 아닌 하나였다. 베를린에는 윤이상 하우스가 있고, 통영에는 선생의 이름을 딴 거리와 기념공원이 있다. 해마다 선생을 기리는 통영국제음악제도 열린다. 두 도시를 연결하는 또 다른 상징물이 생겼다. 동백(冬栢)나무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독일을 방문한 김정숙 여사가 지난 5일 베를린에 있는 선생의 묘소를 찾아 통영에서 가져간 동백나무를 기념으로 심었다. “선생이 살아생전 일본에서 타신 배로 통영 앞바다까지만 와보시고 정작 고향땅을 못 밟으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도 많..
권위 있는 연구자에 따르면 김수영 시인은 자유가 아니라 꽃의 시인이라고 해야 마땅하다고 한다. 시인이 남긴 작품을 조사해 보면 꽃이란 시어를 무려 127회나 부렸다는 것. ‘꽃’ 하나로 ‘꽃의 시인’의 지위를 누렸던 김춘수 시인이 듣는다면 뭐라고 하실까. 이제 시의 업(業)에서 홀가분하게 벗어나 고인(故人)의 반열에 드신 분들이니 그게 무슨 대수랴 싶기도 하다. 꽃이 홀연 자취를 감춘 계절. 가로수 줄기 끝에선 꽃잎 대신 매미소리가 펄, 펄, 펄 떨어져 내린다. 시인들은 이 수상한 시절을 어찌 견디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여름에 발표하는 시를 살피면 그 속내의 한 자락이라도 혹 알 수 있지 않을까. 종로도서관에서 계간지를 일별해 보았다. 내 수준을 함부로 벗어날 순 없고 그저 작품 속의 구체적인 나무나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