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두기’의 시대이다. 식당에서 마주 보고 밥을 먹는 것도, 교실에서 선생님과 학생이 소통하는 것도, 동창회나 가족모임도 모두 위험으로 간주된다. 타인의 몸은 그 자체로 하나의 ‘위험’이 되었고, 마스크는 일상의 에티켓이 되었다. ‘뉴노멀’은 사람들 간의 물리적 거리를 요구하며 우리를 점점 멀어지게 하는 듯하다.전염병은 일반적인 질병과는 달리, 내가 감염이 되어 ‘피해자’가 됨과 동시에 다시 타인을 감염시켜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한 통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바이러스가 무서운 이유로 사람들은 ‘내가 감염되어 사회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공포를 가장 많이 꼽았다. 혐오스러운 타자와 접촉하는 순간 내가 다시 그 혐오스러운 존재로 탈바꿈되는 공포영화 속의 ‘..
정부가 22일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이후 개인과 공동체가 지켜야 할 생활 속 방역의 기본수칙 초안을 제시했다. 지난달 22일 시작된 물리적 거리 두기는 5월 초까지 재연장된 상태이지만, 언젠가는 ‘생활 속 방역(생활 속 거리 두기)’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둔 시간표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빈틈이 나타나면 바이러스는 순식간에 확산된다. 특히 4월 말 부처님오신날부터 5월 초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와 지난 22일부터 자연휴양림과 수목원 등 야외시설이 다시 문을 열며 코로나19에 대한 긴장감이 해이해지는 분위기까지 감지되고 있다. 생활방역으로 전환하기 전에 촘촘하고 빈틈없는 방역수칙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이유이다. 이날 정부가 제시한 초안엔 큰 뼈대의 기본수칙 5개씩만 담겨있다. 구체적..
코로나19 사태는 시니컬한 유머를 구사한 대문호 커트 보니것의 말을 사실로 입증했다. 그는 “지구의 면역체계는 신종 독감 등으로 우리를 제거하려고 애쓰고 있다네, 지구로선 그 편이 나을 걸세”라 했다. 이토록 미세먼지 없는 청명한 봄이 언제였더라? 출입 통제된 브라질 해변에서 멸종위기 바다거북 97마리가 부화했다. 관광객이 끊기자 베네치아 운하의 물이 투명하게 맑아지더니 급기야 60년 만에 돌고래가 헤엄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코로나19는 인류에 대한 ‘셀프 디스’를 시전한 ‘자발적 인류멸종운동’을 돌아보게 한다. 사라지기는커녕 발걸음만 줄여도 지구가 깨끗해지는구나. 다시 커트 보니것으로 돌아오자면 원자력과 화석연료로 온갖 열역학 소동을 피우면서 생명이 살 수 있는 하나뿐인 행성을 파괴하는 우리는 정녕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