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아침. 출근을 하니 “환율이 폭락한 터키를 취재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정신없이 표를 끊고 옷가지도 제대로 못 챙긴 채 노트북만 들고 황망히 이스탄불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막막했던 그 취재에서 나를 구해준 이는 ‘보미’씨였다. 21살의 대학생인 그녀는 터키이름 대신 ‘보미’라는 한국이름으로 불러달라고 했다. 보미씨는 한국말을 정말 잘했다. 에 나왔던 일본인 사유리나 에 출연하는 벨기에 청년 줄리안 못지않았다. 그녀가 한국말을 어떻게 배웠는지 궁금했다. 답은 이랬다. 남자친구와 헤어져 힘든 시기에 친구가 위로한다며 한국드라마가 담긴 CD 하나를 건네줬다. 그게 이었는데 너무 재밌더란다. 다른 한국드라마도 보게 됐는데 터키어 자막을 읽는 게 거슬리더란다. 한국어를 날것으로 듣고 싶어 유튜브를 ..
세기적이고, 역사적인 날이다. 엄격히 말해 그런 날이 될 가능성이 농후한 날이다. 미국과 북한의 두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만나 비핵화와 체제보장, 나아가 동북아의 ‘평화’를 구축해 나갈 대장정의 서막을 여는 날이다. 그리고 세계가 ‘정말로’ 이를 주목하고 있다. 건조하게 말하자면 서로의 잇속을 채우고 이에 부합하는 최대한의 명분을 얻고자 함이지만, 이 지극히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국가로서의 본능적 행위가 이루어지기까지 70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70년이라니… 오나전 캐안습 우리 민족의 일만 아니라면 몰라, 니 맘대로 하세요 생각이 다 들 정도다. 무엇보다 기쁜 것은 이 회담의 시작과 협상 과정… 순탄치만은 않았던 그 과정과 하물며 두 정상이 어느 호텔에 묵고 어디로 이동하고 그 일거수일투족을 우리가 소상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