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의 여름, 피서를 한다고 바다로 산으로 다녔지만 오가는 길에 이 여름이 얼마나 지독한지 절감했을 뿐 전혀 더위를 피하지 못했다. 돌이켜보니 정작 잠깐 더위를 잊었던 때는 드라마 을 몰아보았던 지난 며칠이 유일했던 듯하다. 출처: tvN 내가 이 드라마에 열광했던 것은 이런 이유에서이다. 첫째, 리얼리티이다. 은 부정부패로 넘쳐나는 우리의 현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그렇다고 손쉽게 ‘영웅’을 내세워 정의를 바로잡는, 사이다 같은 판타지를 제공하지 않는다. 불의와 정의가 뒤섞여있고, 범죄자와 의인이 하나이고 살인자가 피해자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이 드라마에서 서사는 뫼비우스 띠와 같은 기이한 곡면을 따라 롤러코스터를 탄다. 줄거리는 정계, 재계, 검경 가릴 것 없이 뇌물을 주고 로비했던 사업가가 살해되..
며칠 전 어느 단체의 송년 모임에서 간단한 강의를 했다. 나는 ‘올해 지구촌 뉴스’를 전하면서 “박근혜, 트럼프보다 더한 인물이 다음 우리의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청중석에서 비명 소리가 나왔다. 박근혜·최순실도 충분히 끔찍한데, 더 나쁜 사람이 나올 수도 있다고 하니 놀란 모양이다. ‘박·최’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국정파탄, 부정부패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들은 구토를 부르는 인간의 모습이 어떠한가를 보여주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분노보다는 인간의 사회성에 대한 한계와 절망을 느꼈다. 독점한다는 의미의 ‘농단(壟斷)’은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최순실씨 일가가 박태환 선수 협박부터 무기 구입까지 손을 뻗지 않은 곳이 없으나, 그들이 집어 삼킨 것은 좁은 의미의 국가권력(청와대)이 아니라 사회..
대국민담화를 통해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박근혜 정부의 사정 드라이브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완구 총리의 담화 발표 직후, 검찰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는 포스코건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수사에 들어갔다. 그간 해외자원개발 사건에 미온적이던 검찰은 이를 특수부에 재배당해 본격 수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돌연한 ‘부패와의 전쟁’ 담화를 둘러싼 일부 정치적 논란이 일고 있지만, 정부는 거듭 결기를 세우고 있다. 이완구 총리는 3·15의거 기념식에서 “민주주의의 뿌리부터 병들게 하는 부정부패 근절”을 위해 “정부의 모든 권한과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불퇴전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사실 요란스러운 담화 발표가 아니더라도, ‘반부패’는 사회의 상시규범이고 간단없이 실천해가야 할 과제이다. 특히 최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