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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민담화를 통해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박근혜 정부의 사정 드라이브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완구 총리의 담화 발표 직후, 검찰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는 포스코건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수사에 들어갔다. 그간 해외자원개발 사건에 미온적이던 검찰은 이를 특수부에 재배당해 본격 수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돌연한 ‘부패와의 전쟁’ 담화를 둘러싼 일부 정치적 논란이 일고 있지만, 정부는 거듭 결기를 세우고 있다. 이완구 총리는 3·15의거 기념식에서 “민주주의의 뿌리부터 병들게 하는 부정부패 근절”을 위해 “정부의 모든 권한과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불퇴전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사실 요란스러운 담화 발표가 아니더라도, ‘반부패’는 사회의 상시규범이고 간단없이 실천해가야 할 과제이다. 특히 최근 방위사업 비리 실상이나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부패의 사슬을 보면, 한국 사회에서 부정부패 척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근 ‘김영란법’의 제정에서 목도하듯 투명사회로 가야 한다는 국민적 열망은 여느 때보다 크다.

이 총리는 담화에서 척결해야 할 부정부패의 사례로 방위사업 비리, 해외자원개발 관련 배임과 부실 투자, 대기업 비자금 조성·횡령, 공적 문서 유출 등 4개 영역을 지목했다. 앞으로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여기에 집중될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안보의 근간을 흔들고 군을 내부에서부터 허물어뜨린 방위사업 비리, 천문학적 액수의 배임과 부실 투자로 천문학적 세금을 낭비한 자원개발 관련 비리는 반드시 청산하고 가야 할 ‘거악’이다. 부패의 사슬을 끊기 위해선 만연되어 있는 대기업들의 비자금 실체도 규명해야 하고, 권력형 공직비리도 뿌리 뽑아야 한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12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부정부패 척결과 관련해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_ 연합뉴스


명심할 점은 부패 척결이 효과를 거두려면 그 칼날이 성역을 두어서는 안되고, 불순한 정치적 목적에 의해 변질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정권에서도 숱하게 부패 척결 운동이 펼쳐졌으나 실효성 없이 끝난 경우가 태반이었다. 정략적 접근으로 시작된 사정이 ‘표적’ 논란을 일으키고, 이를 이용한 기득권의 저항에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번 ‘부패와의 전쟁’도 지지율 회복이나 레임덕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이벤트성 캠페인으로 의심받게 되면 명분도 동력도 훼손되고, 국민적 신뢰를 받기 힘들다. 친이명박 세력은 벌써 ‘전 정권 때리기’를 들먹이며 방어에 나서고 있다. 검찰의 부패 수사가 조기에 이러한 논란과 저항을 불식시키지 못하면, 정상적으로 나아갈 수 없다. 진정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하겠다”(이완구)는 결기라면, 무엇보다 사정의 칼날이 사심 없이 똑바로 집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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