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라면과 과자, 손전등, 건전지, 작업복…. 지난 15일 공개된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김용균씨의 유품은 비정규직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컵라면은 김씨가 식사시간조차 보장받지 못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손전등은 열악한 작업장을 대변한다. 김씨는 어두운 작업장 근무에 투입됐지만 헤드랜턴조차 지급받지 못했다. 컵라면 유품은 2년 전 지하철 구의역 사고로 숨진 김모군의 가방에서도 나왔다. 컵라면은 비정규직의 고단한 삶을 상징한다. 그러나 비정규직에게 더 무서운 것은 죽음이다. 기업이 위험한 일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외주화가 만연하면서 비정규직들이 죽어가고 있다. 2012~2016년 발생한 발전소 사고 346건 가운데 337건(97%)이 하청 비정규직 업무에서 발생했다. 2008~2016년 산재 사망자 4..
정부의 노동자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 전략에 대한 일부 소상공인들의 우려에 보수정치권이 가세하면서, 지난달 29일 광화문광장에서 소상공인단체 총궐기대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를 주최한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 인상이 소상공인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주장하며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을 정면 비판했다. 최저시급 1만원을 주장하는 노동자는 소상공인의 적이 아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본질을 외면하고 해법을 잘못 짚었다. 소상공인 생존권이 위태해진 근본적인 원인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로 인한 소득격차를 부정할 사람은 없다. 중소기업의 임금은 대기업의 60% 수준이다. 외환위기 시절 77% 수준에서 갈수록 더 벌어지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가 심각하다. 그 원인의 단초는 외환위기 때로 거..
솔직히 “사람을 채용할 때는 제대로 대우하면서 하여야 한다는 ‘노동존중사회’의 정신을 구현”한다는 표현을 정부 문서에서 발견할 줄은 몰랐다. 불과 몇달 전까지, 정부가 노동자를 사람 취급하는지도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담은 정책 취지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 대표적인 비정규직 남용 사업장인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하여 선언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는 이렇게 첫발을 내디뎠다. 놀라움과 기대로 시작한 정책이지만, 실제 현장에서 추진되는 과정에 곳곳에서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정권교체 이후에도, 공공부문 곳곳에서 비정규직을 남용하고 차별하던 관행은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도 왜곡되거나 무시되기 일쑤다. 이런 사정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