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농사를 짓던 그의 아버지는 누에가 돈이 된다는 말에 뽕나무밭을 빌리고, 앞마당에 창고를 지었다. 한창때는 뽕잎 따는 일꾼만 여럿을 두고 창고만으로는 자리가 부족해 방마다 윗목에 뽕잎을 깐 널빤지를 들여놓았다. 언니와 한방을 쓰던 그의 방에도 누에들이 있었다. 누에들은 낮이고 밤이고 쉼 없이 필사적으로 뽕잎을 갉아 먹었다. 그는 지금도 머리맡에서 사각거리던 소리가 생생하다고 했다. “누에들이 굼질대는 건 아무리 봐도 징그러웠어요. 그래도 그게 우리 집 돈줄이니 어쩌겠어요.” 그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뽕나무밭으로 달려가야 했다. 온 가족이 매달려 열심히 뽕잎을 따고 누에들은 성실하게 고치를 만들어냈지만, 중국산 실크가 수입되면서 양잠은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집도 이웃집들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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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9. 1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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