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처음 국제부에 배치됐을 때 국제뉴스에 아무런 감이 없던 나는 야근할 때마다 초긴장 상태였다. 좀 더 무시무시한 말로 표현하자면 나는 그때 ‘바그다드에서는 사람이 얼마만큼 죽어야 뉴스가 되는지’에 대한 감이 없었다. “부장, 방금 차량 폭탄으로 사상자가 열몇명 발생했다는데 이거 써야 할까요?” 다급히 묻는 나에게 부장은 말했다. “바그다드에서는 매일같이 그렇게 사람이 죽고 다친단다.” 소중하지 않은 생명은 없고, 가벼운 죽음은 없다. 그러나 더 이상 세간을 놀라게 하지도, 충격을 주지도 못하는 죽음은 있다. 웬만한 규모가 아니라면 이젠 주목조차 받기 어렵게 된 죽음들. 날마다 새로운 뉴스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언론은 너무 자주 반복되는 일, 한 단어로 바꾸자면 ‘일상’을 매일같이 다루기 어렵다. ..
정부가 산업재해를 줄이고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중대 산업재해 예방대책’을 17일 내놓았다. 안전조치 미비로 노동자가 한 명이라도 사망하면 원청업체도 해당 사업자와 같은 형량으로 처벌한다는 것 등이 골자다. 수은 제련이나 도금같이 위험한 작업은 아예 하청업체에 일을 떠넘기지 못하도록 했다. 이 모두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이다. 콜센터 상담원 같은 감정노동자와 음식배달원, 퀵서비스 기사 등 그동안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내용도 대책에 포함됐다. 한국의 산재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지난해에만 969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사업장에서 산재 사고가 축소·은폐되는 사례가 많으므로 실제 사망자는 더 많을 것이다. 2012년 ..
4월14일 일본 히로시마 공항에서 아시아나 항공기가 계기착륙장치에 부딪치면서 왼쪽 날개와 엔진이 파손된 채 착륙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20여명의 승객이 부상을 입었다. 2년 전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 항공기의 착륙사고 때는 3명이 숨지고 180여명이 다쳤다. 이 사고를 조사한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조종사의 과실이 사고의 원인이라고 하면서도, 조종사의 과실을 유발한 ‘기여 요인’으로 조종사의 ‘피로도’ 증가를 지목하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피로가 누적되면 조종사의 상황인지능력이나 반응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비행기 착륙 시에 대형 사고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그렇다면 이런 착륙사고의 책임을 전적으로 조종사 개인에게 지우는 것은 온당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