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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산업재해를 줄이고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중대 산업재해 예방대책’을 17일 내놓았다. 안전조치 미비로 노동자가 한 명이라도 사망하면 원청업체도 해당 사업자와 같은 형량으로 처벌한다는 것 등이 골자다. 수은 제련이나 도금같이 위험한 작업은 아예 하청업체에 일을 떠넘기지 못하도록 했다. 이 모두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이다. 콜센터 상담원 같은 감정노동자와 음식배달원, 퀵서비스 기사 등 그동안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내용도 대책에 포함됐다.

한국의 산재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지난해에만 969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사업장에서 산재 사고가 축소·은폐되는 사례가 많으므로 실제 사망자는 더 많을 것이다. 2012년 삼성전자의 불산 누출(5명 사망), 2015년 한화케미칼 폭발(6명 사망) 등 산재 사고에는 재벌·대기업 소속 사업장도 예외가 아니다. 근래에는 위험한 업무를 외주화하면서 하청업체 비정규직이나 파견직 등 취약 계층 노동자에게 산재가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사망한 19세 김군이나, 지난 5월1일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 선박건조장에서 타워크레인이 쓰러지면서 사망한 노동자 6명도 모두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산재는 피해 당사자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장의 산재는 가정과 가족의 붕괴로 이어진다. 산재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도 연간 20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그동안 산재를 야기한 사업자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쳤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산재 사망 사고 평균 벌금액은 432만원이었다. 미국 정부가 현대차 협력업체인 아진USA에서 발생한 산재 사망 사고에 256만달러(약 30억원)의 벌금을 매긴 것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산재를 줄이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목숨을 가벼이 여기는 사업자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안전장치나 보호구 없이 위험한 작업 환경에 노동자들을 몰아넣는 것은 범죄행위임을 알아야 한다. 하청업체 직원이나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위험한 일을 맡기는 것은 직업윤리와 사회정의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이번 대책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등의 작업이 필요하다. 사람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문제이므로 여야 합의로 조속히 입법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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