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과 연결된 불광천변을 걷다가, ‘래미안캐슬아파트’ 비슷한 이름을 가진 건물과 만났다. 언제 여기에 브랜드 아파트가 들어섰지, 하고 살펴보니까 아담한 오피스텔이었다. 별로 어울리지 않는 그 이름에 함께 걷던 친구와 잠시 웃었다. 하긴 래미안과 캐슬이 함께 붙기도 어려운 일이다. 그 곁의 빌라와 오피스텔들도 ‘○○거장메카’ ‘△△아트빌’ ‘□□리치하우스’ 등, 오히려 최근의 브랜드 아파트보다 더욱 화려한 이름을 갖고 있었다. 브랜드 아파트의 보급은 1999년 ‘삼성쉐르빌’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것이 성공을 거두며, 2000년대에 접어들어서는 각 건설사가 저마다의 욕망을 가득 담은 각종 브랜드를 내놓았다. 가장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 모 건설사의 CF 문구는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줍니..
몇달 전, 친구가 분양받은 새 아파트에 집들이를 갔다. 그곳에서 내려다본 서울 도심의 야경은 아름다웠다. 남향이라 낮에는 볕도 잘 든다고 했다. 친구가 이 뉴타운 아파트에 ‘입성’하면서 얻은 것은 쾌적한 주거환경과 가까워진 통근거리, 아름다운 야경만은 아니다. 이 아파트는 입주가 시작되자마자 순식간에 수억원이 올랐다. 지금의 내 저축 속도대로라면 15년 넘게 걸려야 겨우 모을 수 있는 돈이다. 배가 아팠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나는 분양가조차 감당할 수 없었으니 그 엄청난 시세차익의 ‘행운’은 애초부터 내 것일 수 없는 운명이었다. 그저 다시 한번 절감했을 뿐이다. 대한민국에서 돈을 모으는 길은 역시 아파트밖에 없다는 것을. 비슷한 시기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친구와 나의 자산은 이 아파트를 기점으로 비교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