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여성 이주노동자 고용사업장 504곳을 대상으로 다음달 27일까지 성폭력 피해 실태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 차원에서 여성 이주노동자의 성폭력 피해 실태를 점검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노동부는 “여성 이주노동자들이 성폭력에 노출됐는지를 집중 점검해 법규 위반 사업장에 대해서는 엄정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여성 이주노동자들은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도 제대로 항변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한국 사회 전체로 확산되고 있는 미투 운동에서도 배제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4월 경기 화성시에서 플라스틱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문모씨는 태국 국적의 여성 이주노동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1월에는 경기 안성의 공장에서 일하던 태국 출신 20대 여성 이주노동자가 50대 남성의 성폭행..
오랫동안 감추어졌던 여성에 대한 폭력의 역사가 진실의 햇빛 아래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상처받은 피해자의 목소리가 또 다른 피해자의 목소리와 이어지며 부서지지 않을 것 같던 견고한 장벽을 조금씩 흔들고 있다. 모든 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권력 관계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 오랜 시간 동안 뿌리내렸던 가부장제와 남성 중심적인 권력구조가 가해자에게 압도적인 권력을 주었고, 피해자인 여성에게는 침묵을 강요해왔다. 지금 드러나는 수많은 폭력이 오랫동안 은폐된 가장 큰 이유다. 같은 이유에서 침묵을 강요당하는 피해자가 여기에도 있다. 한국에 머무는 많은 이주여성이다. 얼마 전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실시한 ‘이주여성 농업노동자의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12.4%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