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그가 발탁했던 장관이 수용자 번호를 가슴에 단 피고인과 그의 죄상을 밝히기 위한 증인 신분으로 법정에서 만났다. 얄궂은 운명이다. 13일 서울중앙지법 법원종합청사 417호 형사대법정.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출석했다. 유 전 장관은 박 전 대통령 면전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과정에서 발생한 문체부 공무원 찍어내기 인사에 관해 증언했다. 박 전 대통령이 노태강 전 체육국장을 콕 집어서 ‘나쁜 사람’이라고 한 것에 대해 유 전 장관은 “노태강은 문체부에서 상위자나 하위자 다면평가 결과 최상의 성적을 받은 사람”이라고 반박했다. 박 전 대통령은 평소와 달리 자세를 바르게 하고 목을 꼿꼿이 유지했다. 그가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집권 초기 박 전 대통령의 ..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직무대행인 송수근 제1차관과 문체부 간부들이 어제 정부세종청사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했다. 김종덕 전 장관과 김종 전 차관에 이어 조윤선 장관까지 줄줄이 구속되자 부처 차원에서 참회하고 자성의 뜻을 밝힌 것이다. 송 차관은 성명에서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보루가 돼야 할 문체부가 공정성 문제를 야기한 것에 대해 참담하고 부끄럽다”면서 “통절하게 반성하고 있으며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다”고 말했다. 특별검사가 진실을 밝히는 일에 적극 협조하고 책임도 감내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문체부의 참회를 보는 시민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문체부를 비선 실세 최순실씨를 챙기는 도구로 마음껏 주물렀다. 자질이 없는 사람들을 장차관으로 기용해 사기업도 못할 일을 서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