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임신한 아내를 위해 크림빵을 산 뒤 길을 건너던 남자가 뺑소니차에 치여 숨졌다. 소위 ‘크림빵 뺑소니 사건’이다. 범인은 도주했다가 수사망이 좁혀지자 자수했는데, 그는 한사코 ‘사람을 친 것을 몰랐다’라고 주장했다. 술에 너무 취해 정신이 없었다는 게 그의 변명이었다. 사고 직후 그가 골목길에 들어가 한참을 숨어 있었다든지, 정비소에 가는 대신 직접 부품을 구입해 부서진 차를 고치려고 한 일 등으로 미루어 볼 때 그는 사람을 쳤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그가 시종 ‘몰랐다’라고 주장한 이유는 그편이 뺑소니보다 형량이나 사회적 비난이 작을 것이라고 착각했기 때문이다. 최순실 의혹이 불거진 지난 한 달여 동안, 우리 국민들이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몰랐다”이다. 청와대 경..
‘귀하신 몸’이라는 유행어를 남긴 ‘가짜 이강석’은 자유당 시절을 풍미했던 유명한 사건이다. 이강석은 당대 권력자인 이기붕의 아들로 뒤늦게 이승만 대통령의 양자로 들어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그를 닮은 가짜 인물이 경북 일대를 휘젓고 다니며 지방 유지들에게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가 들통 난 게 이 사건의 실체다. 가짜인 줄도 모른 채 “나 이강석인데…”라는 말 한마디에 부패한 지방 관료들은 버선발로 쫓아 나와 그에게 수재의연금까지 털어 바쳤다. 반세기 만에 비슷한 사건이 재연됐다. 어제 검찰에 구속된 조모씨(52)는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사칭해 대기업을 농락했다. 검찰의 공소장을 보면 조씨는 지난해 7월 대우건설 박영식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재만입니다. 조모씨를 보낼 테니 취업을 시켜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