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역사책을 즐겨 읽습니다. 역사를 통해 삶의 방향을 찾기도 하고, 위로받기도 하니까요. 제가 2012년 12월 고 윤길중 과거사 재심사건 ‘담당 검사 교체 합의’를 깨고 무죄 구형을 강행했다는 검찰의 거짓 해명으로 막무가내 검사가 된 후 억울해서 미칠 것 같았습니다. 정당한 이의제기를 묵살한 채 권한 없이 한 상급자의 직무이전 지시를 저와의 합의로 호도하는 수뇌부의 거짓말은, 제가 성폭력 사건을 수사하며 늘 보아오던, ‘피해자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하였다’는 강간범의 변명과 다를 바 없더군요. 강간범의 변소를 대개의 사람들은 믿어주지 않지만, 검찰의 거짓말은 주류 언론과 많은 사람들이 믿어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얼치기 운동권 검사가 되었습니다.진흙탕에서 허우적거리며 ‘오해와 손가락질을 견뎌낼 수 있..
현직 부장검사가 검찰총장과 검사장급 고위간부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대국민 고발’을 했다. 한국 검찰 사상 최초일 터다. 2월18일자 경향신문에 ‘나는 고발한다’는 칼럼을 쓴 임은정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 이야기다. 임 부장검사는 검사장 3인이 2015년 서울남부지검의 성폭력 사건을 덮었고, 문무일 총장은 이들을 징계·처벌하지 않았다며 “검찰권을 감당할 자격이 없는 검사들을 고발합니다. 주권자 국민 여러분이 고발 내용을 판단하여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더 놀라운 건 그 이후다. 시민 반응은 뜨거웠으나, 검찰은 조용하다. 어떠한 공식 반응도 없다. 검찰 내부망에도 수사관 2인이 글을 올렸을 뿐, 검사의 글은 한 건도 없다고 한다. 임 부장검사는 전화 통화에서 “반응이 전혀 없어 당혹스럽다. 검찰 조직의..
“사기 열전 이사편에 이르기를 ‘태산은 흙 한 덩이도 마다치 않기에 태산이 되고, 바다는 물 한 방울도 가리지 않기에 바다가 된다’고 하는데, 서로 다른 생각을 토로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서 어떻게 검찰의 발전을 기대하고, 소통을 통한 조직 상하의 일체화를 바랄 수 있겠습니까?” 2012년 검찰 내부망에 올린 ‘여는 글’ 일부입니다. 제가 당시 근무하던 중앙지검, 직전 근무지인 법무부에서 목도한 현실은 상명하복의 조직문화에 눌려 준사법기관인 검사들이 존재 이유를 망각한 채, 청와대 등 상부의 지시에 수사를 억지로 끼워 맞추는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절박함, 거대한 조직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하는 막막함으로 고심하다가, ‘외치는 자의 소리’가 되어 죽어가는 검사게시판을 되살려보기로 마음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