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 전, 친구가 분양받은 새 아파트에 집들이를 갔다. 그곳에서 내려다본 서울 도심의 야경은 아름다웠다. 남향이라 낮에는 볕도 잘 든다고 했다. 친구가 이 뉴타운 아파트에 ‘입성’하면서 얻은 것은 쾌적한 주거환경과 가까워진 통근거리, 아름다운 야경만은 아니다. 이 아파트는 입주가 시작되자마자 순식간에 수억원이 올랐다. 지금의 내 저축 속도대로라면 15년 넘게 걸려야 겨우 모을 수 있는 돈이다. 배가 아팠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나는 분양가조차 감당할 수 없었으니 그 엄청난 시세차익의 ‘행운’은 애초부터 내 것일 수 없는 운명이었다. 그저 다시 한번 절감했을 뿐이다. 대한민국에서 돈을 모으는 길은 역시 아파트밖에 없다는 것을. 비슷한 시기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친구와 나의 자산은 이 아파트를 기점으로 비교가 ..
마을 하나가 아이 한 명을 키운다는 말이 있다. 서른 넘어 몇 살 더 먹고보니 나로 말하자면 온 동네 하나가 사람 하나를 살렸다는 실감이 든다. 한창 시절에는 제 잘나서 어찌어찌 살아 있는 줄로 알았는데, 이제 보니 그 사소하게 살아 있는 하나하나의 순간들에 내가 잘한 것은 없고 거의 다 남의 덕이었다. 오랜만에 서울에 가서 3호선 지하철을 타고 옥수역을 지나면서 옥수동 산꼭대기를 바라보니 근사한 새 아파트들로 가득했다. 듣기로는 강남으로 보낼 수 있는 학군도 되고 교통도 괜찮아서 집값도 꽤 올랐다고 한다. 내가 살던 5년쯤 전에는 재개발이 확정되긴 했지만 까짓거 들어오기 전까지 버티자, 하는 식이라서 내가 가진 우스운 돈으로도 방을 얻을 수 있었다. 직장이 강남이라 교통이 편리했으나 퇴근길에는 숨이 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