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놀랍다.” 이 말은 외국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인상을 물어보면 가장 자주 듣는 말이다.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가장 못사는 나라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을 사용하는 세계 10대 교역국으로 변신한 한국의 발전에 대한 놀라움을 표현한다. 그런데 요즘 듣는 말은 ‘한국인은 놀랍다’이다. 수십만명의 군중이 한꺼번에 거리로 나와 시위를 하는 것도 놀라운데 그것도 주말인 토요일에 하는 것은 더욱 놀라운 일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인이 매번 왜 그렇게 시위를 자주 하는가에 대해 가장 놀란다. 해외 언론들은 그저 놀랍다고 표현했지만 그 놀라움이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한국은 얼마나 부패했길래 저렇게 시위를 계속하겠는가라는 놀라움의 의문을 풀기 위해 해외 언론은 더욱 상세한 보도를 이..
혁명은 ‘정당함’을 표현하는 언어다. 세계와 인간과 삶의 본질인 ‘좋음’을 구현하기 위한, 즉 실존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생각과 말과 행동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반란(rebellion)’이나 ‘반역(revolt)’과 구분해 ‘혁명(revolution)’이란 말을 별도로 만들어 쓰는 이유이다. 그러니까 혁명은 급진적이고 과격한 방식으로 기존의 권력층을 뒤엎거나, 특정 정권을 타도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세계와 인간과 삶의 본질을 억압하고 왜곡하는 낡은 체제(앙시앵 레짐)를 새로운 체제로 대체하는 것, 이것이 바로 혁명이다. 근대 문명의 정치적 특성인 민주공화제의 등장에 결정적 영향을 끼쳐 혁명의 대명사라고 불리는 프랑스 대혁명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보면 혁명이 반란이나 반역과 다른 것임을 잘 알 수..
주역은 64개의 괘로 길흉을 따진다. 64괘 중에서 가장 좋은 괘가 겸(謙)이다. 겸손할 겸은 말씀 언(言)과 아우를 겸(兼)이 합쳐진 자다. 말할 때 상대를 배려해서 하면 자연 겸손해진다는 뜻이다.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새해는 겸과는 거리가 먼 해가 될지 모르겠다. 대통령 선거철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이성을 잃는다.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는 항상 옳고 똑똑하고 구국의 영웅이다. 들보 같은 흠결도 ‘세상에 안 그런 놈 어디 있느냐’고 하고, 티끌만 한 장점은 “세상에 이런 사람 또 있느냐”고 한다. 무조건적이다. 정책은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세금은, 보육은, 가계 빚은, 실업문제는 어찌 풀지 궁금하지도 않다. 그건 난 모르겠고, 뽑아 주면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 식이다. 새누리당 충청권..
‘국뽕’은 대한민국의 구성원으로서 자긍심이 고취될 때 느끼는 심리적 만족감을 이르는 속어다. 마약에 기분이 좋아지는 것마냥 국가적 소속감이 자존감을 강화시키는 경우를 말한다. ‘국가가 허용한 유일한 마약’이라는 우스개도 있다. 지난 26일 전국 190만명의 시민이 참여한 촛불집회에서 ‘국뽕’ 경험을 했다는 인터넷 간증이 이어졌다. 지구촌 현대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클린 평화 시위’에 외신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세상 어느 나라 시위대가 집회 이후 청소까지 마치고 귀가한단 말인가. 역설적이게도 이 촛불시위를 촉발시킨 장본인 박근혜 대통령은 권력·재물·섹스·가족사가 얽히고설킨 스캔들로 매일같이 추문을 생산하며 대한민국 국격을 땅바닥에 메다꽂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방송인 허지웅은 트위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