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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놀랍다.” 이 말은 외국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인상을 물어보면 가장 자주 듣는 말이다.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가장 못사는 나라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을 사용하는 세계 10대 교역국으로 변신한 한국의 발전에 대한 놀라움을 표현한다. 그런데 요즘 듣는 말은 ‘한국인은 놀랍다’이다. 수십만명의 군중이 한꺼번에 거리로 나와 시위를 하는 것도 놀라운데 그것도 주말인 토요일에 하는 것은 더욱 놀라운 일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인이 매번 왜 그렇게 시위를 자주 하는가에 대해 가장 놀란다.

해외 언론들은 그저 놀랍다고 표현했지만 그 놀라움이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한국은 얼마나 부패했길래 저렇게 시위를 계속하겠는가라는 놀라움의 의문을 풀기 위해 해외 언론은 더욱 상세한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한국인이 대통령 탄핵을 축제처럼 기뻐할 일은 아니라고 꼬집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인이 촛불집회를 한 덕분에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됐지만 민주주의의 승리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한국인이 수만번의 시위를 해왔지만 시위만으로는 구조적인 개혁을 못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 이유로 쉽게 끓어 올랐다 쉽게 식어버리는 냄비근성, 법률 위에 존재하는 ‘떼법’, 실력보다 학연·지연 등을 우선하는 ‘인맥 문화’,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로 ‘뿌리 깊은 정경유착’을 지목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재벌은 경제에서 특권화된 자리를 지켜줄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기부를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BBC는 새해 전날 토요일에도 계속된 집회를 보도하면서 삼성 계열사의 합병을 위해 국민연금공단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구속을 상세히 설명했다.

미국 CNN방송에서 보도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 관련 뉴스. CNN뉴스 캡처

실제로 해외 기업들은 우리 기업들과의 관계에서 직무윤리와 준법서약을 강화하고 있고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정확한 해명을 요구하기도 한다. 국내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사태로 인해 한국 기업은 부도덕한 이미지로 글로벌 경쟁시장에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다. 특히 사회적 책임투자를 요구하는 프로젝트에는 치명적일 것이며 참여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우리는 분풀이를 계속하기보다는 박 대통령 퇴진 이후 다음 사회를 준비해야 한다. 이번 사태로 인해 대한민국이 치러야 할 총비용을 생각한다면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다음 사회를 준비해야 한다.

지금 당장 보이지는 않지만 대한민국은 이미 많은 경제적·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 국가부패지수가 높아졌고 신용등급은 하향 조정될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단기적으로는 큰 손실이겠지만 장기적으로 다음 사회에서는 더 큰 이득으로 돌아올 것이다. 단, 그것은 정부와 기업들이 이번 사태를 구조조정의 기회로 삼고 국가의 모든 구성원들이 제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시민의식 개혁의 기회로 전환할 때 가능하다.

김성택 넥스트소사이어티 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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