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영화에서는 ‘혁명-이후’를 다루지 않을까?” 나는 종종 생각한다. 특히 봉준호 감독의 (2013)처럼 노골적인 혁명 서사를 보고 난 후에는 복잡한 심경에 사로잡힌다.는 기상 이변으로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은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이 세계에서 살아남은 건 무한동력엔진을 장착한 윌포드 트레인에 올라탄 사람과 생명체들뿐이다. 영화에서 멈추지 않는 기차는 폭주하는 자본주의에 대한 은유로 해석되었다. 기차에서의 삶이 철저하게 구획된 계급사회로 그려졌기 때문이다.영화는 기차 안에서 벌어지는 두 개의 혁명을 따라간다. 하나는 ‘엔진 칸’을 탈취하려는 ‘꼬리 칸’ 빈곤계급의 봉기이고, 다른 하나는 아예 기차 옆구리를 터트려 기차 밖으로 나가고자 하는 반체제 혁명이다. 꼬리 칸 사람들은 기차 외부로 나가면 얼어..
개헌 논의를 이어 가보겠습니다. 지난 칼럼을 통해 분권형 대통령제에서 분권이 힘들 수 있다고 지적했죠. 더불어 논의되는 내각제는 여론조사에서 늘 꼴찌입니다. 촛불혁명의 의미를 고려할 때 내각제가 가장 알맞은 정부 형태임을 보면 이 또한 정치의 아이러니라 할까요. 2013년 체코의 네차스 총리가 사임했습니다. 임기를 마친 게 아니라 논란에 휩싸여 더 이상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죠. 최측근들이 군 정보국에 이혼 중에 있던 총리 부인을 감시하라고 명령했고 거액의 뇌물수수 등 전횡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의회 해산, 총선이 이어졌고 야당이 승리하며 정권교체가 재빠르게 이루어졌습니다. 네차스 정부의 전횡은 박근혜 집단에 비하면 그 규모나 죄질이 동네 길고양이 수준이었지만 말이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보가 기가 ..
문재인 정부 출범 3주가 흘렀다. 비상식과 적폐, 그리고 부재와 공백의 시대를 지나 하나씩 살려내고, 건져내며, 바꾸려는 모습들이 짧은 시간의 속도마저 추월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역동적이다. 상식의 회복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반전과 대조가 만들어내는 과거와의 격차에 가슴이 뛰며, 국민을 섬기는 진정한 정치의 귀환을 보며 감동의 눈물이 흐른다. 과장된 희망이 가미된 것이라고 해도 벅찬 시작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희열만큼이나 낯선 동시에 자각몽처럼 두려움이 공존하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촛불혁명으로 시작해서 탄핵 인용으로 이어진 모든 과정은 국정을 농단한 대통령을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끌어내렸다는 점에서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남을 기념비적 승리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출범은 ‘광화..
이제 ‘촛불혁명’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나는 촛불혁명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의 당연한 진리를 국민들이 국민 대표들 앞에 당당히 확인시켜준 역사적 사건이라 믿는다. 임기가 남은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대선을 통해 새 대통령을 뽑았다고 이러한 촛불혁명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촛불현장의 뜨거웠던 열기와 참여자들의 적극적인 모습을 떠올려볼 때,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헌법 제1조의 정신이 국민 모두의 머리와 가슴에서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그날까지 촛불혁명은 계속될 것이라 확신한다. 지난 19일에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개 정당 원내대표들이 만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한 대선 공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