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의혹의 중심에 있던 이완구 국무총리가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중남미를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사의를 수용하고 27일 귀국하는 대로 처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총리의 거취를 둘러싼 정국의 혼란은 일단 정리될 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국정의 표류는 피할 수 없게 됐다. 당장에 대통령의 국내 부재중에 대통령 역할을 대행하는 이 총리가 물러나면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총리 대행으로 어제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모두가 총리의 사퇴 문제를 매듭짓지 않은 채 출국한 대통령의 안일한 대응이 자초한 결과다. 공무원연금 개혁 등 각종 개혁을 추진해야 할 상황에서 장기간 ‘총리 공백’ 사태로 국정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 총리의 사퇴는 사필귀정이다. 이 총리는 성..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재판 때 일이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대통령을 탄핵하는 소추위원을 맡았다. 형사재판에서 검사 같은 역할이다. 3월30일 열린 첫 재판에서 윤영철 헌법재판소장은 사흘 뒤인 4월2일 두번째 재판을 열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권한이 정지된 만큼 최대한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해 국정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미였다. 김기춘 실장이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이의를 제기했다. 문재인 변호사 등 노 대통령 대리인단과 방청객들의 이목이 김 실장에게 쏠렸다. 김 실장은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통령의 진퇴를 결정하는 중대성을 볼 때 재판의 졸속 진행은 안됩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이어진 그의 발언이 귀를 의심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