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거름에 택시를 타야 했다. 마침 택시 정류장에 택시 한 대가 들어와 섰다. 얼른 올라타면서 죄송하지만, 좀 먼 곳까지 가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30년 가까이 택시 승객으로 살면서 눈치껏 터득한 요령이었다. 기사가 거절하지 못하도록 최대한 공손하라! 그런데도 퇴근 시간에 시외 장거리 운전을 마뜩잖게 여길 거라 생각해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택시 승차 거부야 이골이 났으니까. 그런데 젊은 기사는 순순히 미터기를 켜면서 차가 많이 막힐 거라고 했다.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입을 꾹 다물었다. 나는 대화에 적절하게 응대하며 안전 운전에 기여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그는 조용했다. 그가 입을 뗀 것은 외곽순환도로 톨게이트를 지나면서 미터기를 끈 뒤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길을 잘못 들었어요. 10분..
일반 칼럼
2018. 12. 1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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