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바람이 언제부터 불어온 것인지는 모르겠다. 태풍이었을까. 학교 수업 중이었는데 순식간에 창밖이 어두워지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늘을 가르는 번개와 세상을 찢는 천둥소리. 어쩌면 오늘이 세상의 끝인지도 몰라. 놀란 몇몇 아이들이 울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때 열 살 무렵의 아이들이었다. 할아버지 같았던 나이 많은 담임 선생님이 아이들을 달래려고 애썼지만 그다지 효과는 없었다. 한참을 울다보니 수업이 끝났다. 여전히 사방은 캄캄했다. 집에 갈 용기가 없어 아이들은 학교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창문에 쪼르르 매달려 있었다. 아, 저걸 보아. 아이들 가운데 누군가 운동장 한끝을 가리켰다. 그곳에 서 있던 나무 한 그루, 우리 학교에서 가장 우람하고 커다랗던 나무가 뿌리까지 뽑혀 쓰러져 있었다. 그걸 본 순..
태풍(颱風)의 한자 ‘태(颱)’자가 중국에서 처음 사용된 것은 1634년 출간된 (56권 土風志)에서다. 태풍을 일컫는 영어 ‘typhoon’은 그보다 앞선 16세기 영국에서 그 흔적이 보인다. 옛날 중국에서는 회전하는 바람을 통틀어 구풍(구風)이라고 했는데 이 말이 아라비아에 전해지면서 tufan(뱅글뱅글 돈다는 뜻)으로 바뀌었고, 다시 typhoon으로 발전한 것으로 어원학자들은 추정한다. 태풍의 속성이 회전이라는 점을 동서양이 일찍부터 간파하고 있었던 셈이다. 태풍은 거대한 공기의 소용돌이다. 열대지방에서 공기가 기압이 낮은 중심부를 향해 시계 반대방향으로 회전하면서 빨려들어가 발생한 ‘열대성 저기압’이 곧 태풍이다. 해상의 고온다습한 공기가 상공으로 올라가고 이때 수증기가 응결하여 거대한 적란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