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평론가보다 창작자를 볼 때 더 멋있다고 느낀다. 물론 각자의 영역이 따로 있고 공생해야 함을 안다. 시장에서 외면받은 작품을 재조명하게 돕고 풍부하게 작품을 해석할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하는 평론의 역할을 긍정하고, 또 그 자체로 아름다운 글을 쓰는 평론가들이 많다는 사실도 안다. 다만 상대적으로 안전한 위치에서 ‘좋은 말씀’ 하시는 평론가보다 자기 존재를 내던지며 모험하는 창작자들을 볼 때 더 마음이 움직인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창작자의 고난과 극복의 서사를 밀착된 시선으로 보며 생생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은 그들이 출연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몰입하게 되는 요인 중 하나다. 특히 평소라면 함께할 일 없는 이들끼리 협업하며 새롭고 멋진 것을 만드는 순간은 짜릿하다. 그러다 나는 Mn..
본명 류철균, 필명 이인화. 그는 평론을 발표할 땐 본명을, 소설을 내놓을 땐 필명을 썼다. 문단에 먼저 나온 것은 평론가 류철균이었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 재학 중이던 1988년 본명 류철균으로 계간 ‘문학과사회’에 양귀자 소설 평론을 발표하며 데뷔했다. 하지만 평론가 류철균은 문단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가 유명해진 것은 염상섭의 소설 의 주인공 이름에서 따온 이인화(二人化)라는 필명으로 1992년 소설 를 발표하면서부터다. 제1회 작가세계 문학상을 받은 이 소설의 평론을 본명 류철균 명의로 쓰는 이른바 ‘셀프 평론’으로 화제가 됐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등을 표절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당시 그는 “실재와 모방의 경계를 무너뜨린 ‘패스티시(혼성모방)’와 패러디 기법으로 쓴 작품”이라며 “문단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