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미대화의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정작 대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25일 성명을 내 “우리는 대화할 의향이 있다는 북한의 메시지가 비핵화로 가는 길을 따르는 첫걸음을 의미하는지 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 담당 부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북·미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데 대해 미국 입장을 전한 것이다. 미국이 김영철의 발언에 즉각 반응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의 발언을 단순히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의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 위원장과 백악관이 문 대통령을 매개로 높은 수준의 간접 대화를 하고 있는 셈이다. 북·미 양측이 간접 대화를 통해 대화의 필요성과 상대의 ..
평창 동계올림픽은 ‘역사적’인 의미를 획득할 것인가. 폐회식까지는 며칠 더 남아있기 때문에 이 ‘역사적’이라는 말은 어디까지나 한정적인 수사에 지나지 않지만, 그럼에도 일말의 기대를 걸고 싶다. 특정 국가 올림픽을 통하여 그 이전과 이후를 완전히 가르는 새 지평을 연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그래도 1964년의 도쿄 올림픽이나 2012년의 런던 올림픽은 세계가 일본과 영국을 어떤 식으로든 달리 보게 만든 사건으로 기록된다. 우리의 기억도 선명하다. 88서울 올림픽과 2002 월드컵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대규모 이벤트를 치르기 전과 후로 한국 사회를 일정하게 판별해 볼 수 있었다. 거대한 중산층 문화의 형성과 새로운 세대의 활기찬 등장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평창 올림픽도 그러한 분기점으로 기억될 것인가..
평창 겨울올림픽이 시작되었다. 여자아이스하키에서 남북 단일팀이 출전하듯이 대화와 협상의 실마리가 잡혀 평창이 ‘평화올림픽’으로 역사에 남기를 누구나 소망한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 강경파의 도를 넘는 북핵 관련 발언은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그들의 문제를 일일이 짚을 여유는 없지만 강경론이 공유하는 암묵적 전제, 즉 미국의 선제예방타격을 포함한 효과적인 제한 전쟁이 가능하다는 전제는 냉정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목숨이 걸린 터에 설령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마땅히 따져 봐야 할 일이며, 모두가 합리적이고 온당한 결론을 찾아내야 할 관심사이다. 실제로 선제타격이 벌어지면 북한은 과연 어떻게 나올까? 전면전으로 번지지 않으려면 북한도 재래식 무기로 제한적인 응전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통제된 무력충..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 대륙에서 탈출한 이후에도 싸움이 그친 적은 한 번도 없다. 인류의 먼 조상으로 동물에 가까웠던 구 인류뿐 아니라 현생 인류도 폭력성을 버리지 못했다. 그들도 관용을 몰랐다. 인간은 왜 싸우는가. 토머스 홉스는 인간의 자연상태를 ‘만인 대 만인의 투쟁’으로 보았다. 따라서 강제적인 수단으로 국가가 내부 평화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홉스는 호모사피엔스의 본성이 동물과 다르지 않다고 본 것이다. 반면 장 자크 루소는 인간 자연상태가 평화롭고 조화로웠으나 점차 인구가 성장하고 사유재산, 계급분화가 나타나면서 전쟁과 각종 병폐가 출현했다고 했다. 따라서 자연으로 돌아가자고 외쳤다. 그러면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믿었다. 이 둘은 시계추처럼 시대에 따라 한쪽이 설득력을 얻었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