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토중래라는 말은 자주 사용되는 사자성어다. 직역하면 ‘땅을 말아서 다시 오다’인데, 패배 또는 실패한 후에 재기하는 모습을 일컫는다. ‘권토’는 기병부대가 말을 달릴 때 흙먼지가 나는 모습을 멀리서 보면 마치 땅을 말아 올리는 것과 같다고 해서 시간을 되돌린다는 표현으로 썼다. 유래는 초한전쟁의 항우와 유방의 이야기다. 유방에게 속아서 패한 뒤 사면초가의 위기에 빠진 항우는, 도주하다 오강(烏江)에 닿았을 때, 강을 건너 후일을 도모하라는 부하의 애원을 거절하고 자결해버렸다. 항우는 당시 9개 군을 통치하고 있었는데 자살하기 직전까지도 5개 군이 남아있었다. 따라서 후대 사람들은 항우가 강을 건너 재기를 노렸어야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특히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은 시를 통해 항우가 권토중래하지 않았다..
‘박근혜 게이트’로 온 나라가 혼란에 빠졌다. 초반에 대북접촉 누설이나 드레스덴 선언의 사전유출 등이 조금 부각됐고, 최근에 사드를 포함한 무기구매 개입에 대한 정황 기사가 나오지만 국내 정치농단에 비하면 외교에 끼친 악영향 논란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다. 그런데 외교에 끼친 해악이 훨씬 심각하다. 국제정치학을 전공하는 사회과학자로서 박근혜 정부의 외교를 분석해오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들이 많았다. 대중에게는 내치는 못해도 외교는 잘한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박근혜 정부의 외교는 최악이었다. 남북관계는 극단의 단절 상태며, 북의 핵무기 고도화에도 제재만 고집하며 전쟁을 걱정하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급변하는 동북아에서는 전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주변으로 밀려났다. 위안부 문제 합의, 전작권 반환 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