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6차 핵실험 소식이 전해지자 한반도는 순식간에 화약 냄새에 휩싸였다. 수소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항모강습단, 전략폭격기 같은 전쟁 이미지가 이 땅을 뒤덮고 있다. 차원이 다른 조치, 더 강력한 대응, 군사적 옵션, 자멸, 최고의 적의, 최강의 무기, 최악의 언어가 좁은 한반도를 가득 메우고 있다. 그러나 세상의 시선을 빼앗는 이런 소란과 불안에도 북핵 문제 해결에 실패했다는 사실은 가려지지 않는다. 이 실패는 북핵 문제를 외면했던 오바마 때문만도 아니고, 남북관계를 단절한 이명박·박근혜 때문만도 아니다. 한·미 모두의 실패이자 트럼프·문재인 대통령 공조의 실패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한국은 유화적 발언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책임을 전가했다. 대화 거론이 ..
얼마 전 개봉되었던 영화 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북부 덩케르크 해변에 갇혀 있던 19만8000명의 영국군과 14만명에 이르는 프랑스, 벨기에군을 영국의 군관민이 합동으로 구출해내는 기적 같은 사건을 다루고 있다. 비록 전쟁의 서막에서 치욕적인 패배를 당했으나 철수 작전에 성공함으로써 영국은 결국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총력전(total war)의 시대, 전쟁이 벌어지면 온 국토와 전 국민이 전쟁의 참화로 고통받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력을 하나로 단합시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앞장서서 국민과 함께해야 한다. 전쟁 기간 중 조지 6세가 머물던 버킹엄궁은 7차례나 폭격당했지만, 국왕은 런던을 떠나지 않았다. 영국 정부는 궁이 폭격당하는 장면과 국왕의 건재함을 홍보영상으로..
북한이 어제 기어코 6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지난해 9월9일 5차 핵실험 이후 1년 만에, 그리고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넉달 만에 핵실험을 한 것이다. 북한은 핵실험 3시간 뒤 조선중앙TV를 통해 “대륙간탄도로켓(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에서 완전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ICBM 시험발사에 이은 북한의 6번째 핵실험 도발로 한반도 정세는 중대 국면을 맞이했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한 인공지진 규모는 5.7이다. 폭발위력이 지진규모 5.04(10㏏)였던 5차 핵실험의 5~6배에 달하는 것이다. 진짜 수소탄의 폭발위력 100㏏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그동안의 핵실험 중 폭발력이 가장 강했다. 북한은 ICBM급 ‘화성-14형’에 탑재할 수소탄 핵탄두를 개발했다고 주장하..
개성공단이 문을 닫은 지 1년이 지났다. 정부의 전면중단 조치는 여러 가지로 실패한 정책이다. 북한의 핵개발 중단 및 억제나 대북 제재 강화라는 두 가지 목표 모두 달성하지 못했다. 북한은 그사이 5차 핵실험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실시했다.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핵능력 고도화 속도와 일정이 빨라지고 있다. 국제사회 대북 제재 체제는 핵심 당사국인 중국의 소극적인 태도로 구멍이 뚫려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남북관계는 사상 최악으로 치달았다. 대화는 끊겼고, 군사적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다. 군 통신선마저 끊겨 이렇다 할 한반도 정세의 관리 수단이 부재한 상태다. 남북관계의 복원력을 상실해 다시는 개선할 수 없거나 개선에 막대한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단 입주업체 중 3분의 1이..
북핵 문제는 상당 부분 북·미 간 문제다. 북·미 간 타협과 갈등으로 점철된 북핵 문제의 긴 역사가 잘 말해준다. 그런데도 오바마 정부는 북한의 목줄을 쥐고 있다는 이유로 중국이 쉽게 끝낼 수 있다며 중국에 떠넘겼다. 그런데 그건 미국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미국은 선제타격으로 북한을 무릎 꿇릴 수도 있고, 대북 경제 지원으로 북한 태도를 얼마든지 바꿀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모두 그게 전략적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오바마가 북핵 문제를 북·중 간의 문제로 바꿔치기하려 갖은 노력을 했음에도 실패한 이유다.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문제를 직면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정은과 트럼프의 움직임은 주목할 만하다. 김정은은 손을 뻗어 트럼프의 옷깃을 ..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우려했던 움직임이 고개를 들고 있다. 북한은 제2, 제3의 추가도발을 다짐하고 있고 한국 내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물리적인 대응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어제 국정연설에서 밝혔듯이 북한의 핵능력이 영토 밖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 데 미국의 1차적 목적이 있음을 거듭 강조함으로써 한반도 북쪽으로부터의 핵위협에 대한 한·미 간 인식 격차가 좁혀지지 않았음을 확인시켰다. 유엔 안보리는 대북 추가 제재 논의에 돌입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에 접근한 것은 없다. 정확한 분석결과는 기다려봐야겠지만 이번 핵실험으로 북한의 핵능력이 확대된 것은 분명하다. 변화에 맞춰 한·미 간 대북 방위전략을 조정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
임을출 | 경남대 극동문제연 연구교수 북한의 3차 핵실험이 끝난 지금의 상황은 그야말로 ‘멘붕’이다. 한국은 물론 미국, 중국 등 주변국들 내부에서는 대북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북한은 장거리 로켓에 이어 한층 증강된 핵능력을 과시하면서 핵보유국의 자리에 성큼 다가섰다. 더구나 북한은 미국이 제재 강화 등 적대시정책을 지속할 경우 제2, 제3의 대응조치를 취하겠다고 한 마당이다. 이 때문에 이제껏 해왔던 안이한 임기응변식 조치로는 상황관리조차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었다. 매우 신속하게, 그러면서 보다 근본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북한은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그간 ‘전략적 인내’ 운운하며 기존 대북 적대시정책을 유지해온 것에 대해 이제는 ‘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