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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이 문을 닫은 지 1년이 지났다. 정부의 전면중단 조치는 여러 가지로 실패한 정책이다. 북한의 핵개발 중단 및 억제나 대북 제재 강화라는 두 가지 목표 모두 달성하지 못했다. 북한은 그사이 5차 핵실험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실시했다.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핵능력 고도화 속도와 일정이 빨라지고 있다. 국제사회 대북 제재 체제는 핵심 당사국인 중국의 소극적인 태도로 구멍이 뚫려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남북관계는 사상 최악으로 치달았다. 대화는 끊겼고, 군사적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다. 군 통신선마저 끊겨 이렇다 할 한반도 정세의 관리 수단이 부재한 상태다. 남북관계의 복원력을 상실해 다시는 개선할 수 없거나 개선에 막대한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단 입주업체 중 3분의 1이 빈사 상태다. 정부는 보상을 약속했지만 업체들의 요구 수준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입주업체와 협력업체 소속 12만5000명의 일자리는 허공으로 사라졌다. 무엇을 위한 공단 폐쇄였는지 정부에 묻고 싶다.

류길재 전 통일부장관. 강윤중 기자

애초 공단 가동 중단 사유는 근거가 없었다. 개성공단 북한 노동자 임금이 핵과 미사일 개발자금으로 전용되고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국회에서 북한 노동자 임금이 군사용으로 전용됐다는 확증이 없다고 실토했다. 개성공단 임금은 대개 현물 물표로 지급돼 북한 당국이 전용하기 힘들다. 이후에도 통일부는 군사용 전용을 주장하며 개성공단과 북핵 문제의 연계를 정당화해 왔다. 북한이 핵포기를 하지 않는 한 공단 가동을 재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제 통일부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때문에 공단 재개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공단 북측 노동자에 대한 현금 지급은 현존하는 어떤 유엔 결의안에도 저촉되지 않는다.

잘못 끼운 단추는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현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낸 류길재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도 개성공단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 대선주자들 역시 대부분 개성공단 가동 재개에 동의한다. 쉬운 문제는 아니다. 북한의 잇단 핵도발로 냉랭해진 국내 여론과 대북 강경 자세의 국제사회를 설득하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공단은 재개하는 게 맞다. 남북 교류와 협력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지만 일촉즉발의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장치로도 이만한 게 없다. 개성공단이 남북한 충돌을 막고 통일 실험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임은 이미 증명된 바 있다. 비용과 시간을 들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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