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그 여름 이후 ‘희망’이라는 낱말을 볼 때마다 나는 버스를 떠올린다. 낯선 사람들과 함께 내달린 버스에서 바라본 푸른 들판, 부산의 밤하늘 그리고 뜨거운 목소리. 나는 4년 전 여름 ‘희망버스’에 오른 수많은 사람 중 하나다. 사실 ‘희망버스’라는 말이 낯간지러웠다. 희망이라니, 그것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저 별은 너의 별 언젠가 별을 따주마 약속하는 것처럼 허황하지 않은가. 과대 포장한 과자 봉지와 같은 ‘희망’의 껍데기를 쓰고 오랫동안 고공농성을 하는 절박한 이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그런데도 내가 한진중공업 김진숙을 응원하는 희망버스에 오른 것은 하늘 밑 세상 꼭대기에서 홀로 수많은 낮과 밤을 보낸 한 사람의 간절한 목소리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그랬다. 희망버스에 오른 것은 한 사람..
18일 국회에서 우여곡절 끝에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한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그렇게 얼굴보기 어렵던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증인으로 참석했지요. 김진숙씨는 참고인으로 채택됐지만 이날도 크레인 위를 지켰습니다. 이날 청문회는 오전 10시부터 12시간을 훌쩍 넘겨 자정 직전까지 진행됐습니다. 청문회 막판 발각된 "지루할 정도로 어눌하게 호소하듯"하라는 한진중공업의 대응 메뉴얼은 이 청문회를 왜 해야 하는지 무색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도 조남호 회장이 뭐라고 말했는지, 국회의원 중 누가 제대로 따지고 중재하려고 했는지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날 청문회에서 오간 얘기를 날것 그대로 전해드립니다. ▲이채필 고용노동부장관 그간 한진중공업은 경영상 해고 문제를 두고 극심한 갈등을 겪어왔다. 한치의 양보도 없이 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