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4일 곳곳에서 오롯이 기후위기 문제 하나로 사람들이 모였다. 각자의 삶의 공간에서 기후의 문제가 훅 치고 들어오는 느낌은 피할 길이 없다. 살림하는 입장에서는 농산물값과 품위 문제로 다가온다. 올해 흔한 여름 반찬이던 오이와 가지를 들었다 놓았다 한 이들이 어디 한둘일까. 친환경농산물 소비의 요체인 생활협동조합에서도 농산물 갖추기가 어려워 툭하면 ‘품절’ 표시가 내도록 뜨곤 했다. 점점 더 험해지는 기후에 친환경 농산물은 때깔은커녕 가격 맞추기가 더 어렵다. 그래도 소수의 농민들이 꾸역꾸역 농약, 제초제 안 쓰면서 풀을 뽑아 농사를 지어왔고, 사 먹는 사람들은 내 건강, 가족 건강 생각하느라 웃돈 주고 사 먹어 왔다. 그런데 그 웃돈이라는 것이 사람 마음 묘하게 만든다. 본전생각을 자꾸 하게 만들기..
5대 그룹 중 SK에 뒤이어 LG가 ESG 보고서를 발표했다. 친환경(E), 사회적 책임(S), 투명하고 민주적인 지배구조(G)를 지향하는 ESG 경영이 기업의 필수적 과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애초 기업의 투자유도 전략으로 논의되던 ESG는 새로운 재편 국면을 맞은 세계화 질서 속에서 기후위기, 보편적 인권 의식의 성장, 구조적 불평등의 심화 등 전 지구적 대응이 필요해진 현안들에 대해 기업들도 동참하지 않을 수 없는 가치가 되고 있다. 2021년부터 유럽연합이 자본시장에 관여하는 금융사에 ESG 공시의무를 법제화함으로써 이제 ESG 경영은 기업윤리의 차원을 넘어 법적 의무로 전환되고 있다. 올해 초 이탈리아는 헌법을 개정하여 기업의 환경보전 의무를 명시하였다. 환경보전의 과제를 헌법화한 것은 스페인(..
물장화 고무장갑 냅다 던지고 고무줄바지 낡은 버선 돌돌 말아 처박고 꽃내 분내 관광 간다 굼실굼실 떡도 찌고 돼지머리 꾹꾹 눌러 정호반점 앞에서 새벽 버스 한 대 씨바씨바 출발이다 소주도 서너 박스 맥주도 서너 박스 행님아 아우야 고부라지며 자빠질 듯 자빠질 듯 흔들며 흔들리며 간다, 매화야 피든 동 말든 동 간다, 빗줄기야 치는 동 개든 동 죽은 영감 같은 강 따라 술 마시고 막춤 추며 씨바시바 봄이 간다 -시, 「씨바씨바」, 권선희, 시집 권선희는 최근 태풍 힌남노가 휩쓸고 간 포항 구룡포에서 산다. 20년 가까이 사는 포구에서 중대장각시로 불리는 그는 짠물에 들어가지 않고도 홍게나 오징어 과메기나 자연산 미역 등 철철이 귀한 것들을 얻어먹고 산다. 그중 일부는 멀리 사는 친구들 입에도 들어간다. 동..
지구가 좁다. 한류가 넘친다. BTS, 블랙핑크, , , , 임윤찬, 프리즈 아트페어… 음악, 영화, 드라마, 미술에 이르기까지 월드베스트는 이제 헤아릴 수조차 없다. 단군 이래 이런 일이 없었다고 모두들 환호 일색이다. 하지만 이게 전부도 아니고, 마냥 좋아할 수만도 없다. 그다음 층위와 단계를 생각하면 걱정도 된다. 정작 한류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 꽃은 어디에 뿌리박고 있는가 하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본격적인 통찰이 아직 없다. 잘해야 서구 대중음악과 동시대 사람들의 사회적인 여건, 즉 식민지, 전쟁과 분단,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을 극복하고 이룩해낸 데에서 찾아낸다. 모든 한류를 최종적으로 관객 시장 재미로 환원시켜 평가하는 마당에 지난한 시간을 기다려야 대답이 돌아오는 이런 근본적인 질문은 골치..
(39) 국군의날 ‘세종대로’ 시가행진 1971년 ‘국군의날’ 행사를 앞두고 청와대에서 현역군인 전두환이 대통령 박정희에게 상황보고를 하고 있다. “각하! 10월1일 행사를 위해 3개월 전에 차출된 육해공 군인들이 여의도광장에서 열병식, 낙하산 강하, 특공무술 등 실전 못지않은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나무 한 그루 없는 모래섬 여의도 광장이라서 실전 못지않겠구먼. 자네 국군의날이 왜 10월1일인지 아나?”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6·25 때 육군이 38선을 통과해서 북으로 진격한 날이 10월1일이라서 이승만 정부가 그날을 국군의날로 지정한 거야.” 박정희의 핀잔에 전두환이 머리를 긁적거린다. “북쪽 애들이 김일성광장에서 하는 거보다 우리가 더 잘해야 하는 거 알지? 북한탱크는 TV로 봐도 광이..
사랑하는 남녀가 이층을 지을 때( 김성동), 별똥별 하나가 지붕을 타고 굴뚝으로 선물처럼 들어와 다리 사이로 떨어지는 것을 둘은 까맣게 몰랐다. 9개월 후, 그 다리 밑에서 누가 울었다. 얼른 포대기에 담아 주워 온 게 볼 붉은 핏덩이. 누구나 공유하는 인간 출생의 비밀이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많은 질문을 하지만 사실은 이리도 싱겁고 간단하다. 베토벤의 일생을 다룬 을 오랜만에 다시 보는데 처음인 듯 생소한 장면들의 연속이었다. 연구에 따르면 이 위대한 음악가의 영혼을 사로잡은 여인이 몇몇 있다고 한다. 베토벤이 진정으로 사랑했던 오로지 한 여인은 누구일까. 간발의 차이로 베토벤이 보낸 편지는 약속장소에서 기다리던 그 여인에게 전달되지 못한다. 운명이 바뀐 두 연인. 그로 인해 벌어..
이건 아마 전 국민 궁금증일 테다. 고깃집에서 삼겹살 1인분을 주문하면 ‘애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거 먹고 배가 찰까 싶다. 그러니 1인분에 그치는 일이 없다. 단언컨대, 건국 이래 건장한 남성 넷이 고깃집에 모여 4인분에 만족하는 사건은 일어난 적 없다. 고깃집 주인의 말을 들어보면 어지간한 사내 넷이면 적게는 6인분, 많게는 12인분도 주문한다. 어느 전직 운동선수 가족은 방송에서 소고기 16인분을 셋이 해치우기도 했다. 덩치 큰 넷이 나오는 다른 방송에서는 1인분만 먹는 걸 불명예로 여긴다. 아무렴 삼겹살 1인분 180g은 도무지 성에 안 찬다. 까닭을 알아봤다. 열량을 셈하면 이해된다. 보통 성인 남성은 하루에 2700㎉, 여성은 2000㎉를 먹어야 한다. 한 끼에 평균 780㎉를 섭취하면..
지난 주말 서울 도심을 뜨겁게 달군 기후정의행진에는 주최 측 추산으로 3만5000여명이 참가했다. 3년 전보다 5배 많은 사람들이 모여 국내 환경 집회 중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대로 살 수 없다”며 정부와 기업에 보다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폭염, 가뭄, 화재, 홍수 등 대형 재해가 많은 시민들을 거리로 불러냈을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시민들의 걱정은 커지고 있지만 위기 대응의 핵심인 신재생에너지는 한국에서 궁지에 몰리고 있다. 감사원은 올 하반기 감사 대상에 문재인 정부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새로 포함시켰고, 국무조정실은 신재생에너지 지원사업에서 수천억원대 부실을 적발했다는 발표를 했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신재생에너지 지원사업 예산을 올해보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