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2) 미국을 가다 뉴욕 | 유희진기자 ㆍ재취업한 코그네티 ‘침체기의 지혜’ 강조 ㆍ뒷모습 촬영도 거절…연방 찬물 들이켜 코그네티를 만난 곳은 뉴욕 42번가의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시간은 오후 5시를 막 넘어서고 있었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정신이 멍할 정도였다. 사람들 틈을 뚫고 터미널 한구석에 위치한 미니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하얀 얼굴에 갈색 머리, 푸른 빛이 감도는 눈동자의 그는 “멀리까지 오느라 고생이 많았겠다”며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건넸다. 코그네티를 소개해 준 지인에게서 “너무 개인적인 것들에 대해 물어보면 안 된다”고 사전에 주의를 받아뒀던 터였다. 그로부터 듣고 싶은 이야기를 다 들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자신의 중간이름(미들네임) 외엔 모든 정보를..
1부-(2) 미국을 가다 뉴욕 | 유희진기자 부동산 파생상품 트레이더 김항주씨의 고백 # 속도에 목숨을 건다 미국 최대 저축은행 워싱턴 뮤추얼에서 일했던 재미교포 김항주씨(34·사진). 지난 8년간 외환 전문 헤지펀드 QFS, 얼라이언스캐피털, 구겐하임파트너스 등 월가의 여러 회사를 거치며 월가의 흥망성쇠를 경험한 부동산 파생상품 트레이더(설계인)다. 올해 초 워싱턴 뮤추얼에서 근무하고 있던 부서가 없어지면서 월가를 나오게 된 그는 현재 알파리서치캐피털이라는 금융 부티크 회사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요즘 하는 일이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예전에는 월가에서 고공행진하는 부동산을 가지고 파생상품을 만들어 장사를 했는데 지금은 가치가 떨어진 부동산을 가지고 거래를 연결해주는 고물 장사를 하고 있다”고..
1부-(2) 미국을 가다 뉴욕 | 유희진기자 ㆍ선진금융의 고향… 자부심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14일 모건스탠리 본사 건물. 전광판에서 당일의 증시 상황이 실시간 중계되고 있다. 지금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금융위기의 진원지 뉴욕. 아이러니하게도 전 세계에 금융폭탄을 터뜨린 뉴욕은 경제위기에 가장 느리게 반응하고 있었다. 막 쇼핑을 끝낸 여성들은 큰 쇼핑백 두세개씩은 들고 다녔고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3명 중 한 명꼴로 스타벅스 커피를 손에 들었다. 겉으로 보기에 뉴욕은 여전히 흥청망청인듯 보였다. 그러나 뉴욕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구석구석을 돌아다닐수록 뉴욕에도 균열이 시작되고 있음이 감지되었다. 10:40 타임스퀘어 두달 전 파산한 리먼 브라더스 본사 건물이 있던 곳을 찾아 헤매다가 결국..
1부-(2) 미국을 가다 뉴욕·LA | 유희진기자 ㆍ금융인·서민 ‘몰락의 두 얼굴’ ㆍ월가 구직시장 썰렁해도 “아직 버틸만”…LA선 집 가압류 사태속 ‘빈털터리’ 증가 뉴욕 월가와 로스앤젤레스는 신자유주의의 황혼에 물들어가는 2008년 11월의 미국을 상징한다. 월가 금융인의 추락, 그들의 자본 놀음에 이용당한 서민의 절망을 말하기 위해서는 두 도시 이야기를 빼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뉴욕 맨해튼의 99센트숍은 13일 밤 늦게까지 손님들로 북적였다. 금융위기가 시작된 이후 고가의 상품을 파는 백화점 매출은 줄었지만 반대로 99센트숍의 손님은 두배 이상 늘었다. 뉴욕 | 유희진기자 두 도시는 대륙의 동과 서로 떨어져 있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라는 폭탄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20..
1부- (1) 아이슬란드를 가다 레이캬비크(아이슬란드) | 김재중 기자 미국식 금융자본주의 모델의 모범생 아이슬란드는 한때 그 놀라운 성장으로, 이제는 붕괴의 깊이와 속도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지난해에도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 4위를 기록하고, 유엔 주도 설문에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로 꼽히면서 부러움 섞인 시선을 받았지만 이번은 사정이 다르다. 아이슬란드는 ‘1976년 영국 이후 최초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신청한 서방국가’라는 치욕적인 ‘가시 면류관’을 쓰게 됐다. 아이슬란드의 급속한 도약, 그 도약보다 더 급속한 추락은 지난 30여년간 ‘시대정신’으로 군림해오다 그 지위를 도전받고 있는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위험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
1부- (1) 아이슬란드를 가다 레이캬비크(아이슬란드) | 김재중 기자 ㆍ국가부도 위기 아이슬란드 - 보험판매원 올라프스도티르 잉기비요르크 올라프스도티르(49·여)는 요즘 시간이 나는 대로 전에 일하던 레스토랑 몇 곳에 전화를 걸어본다. 주말 파트타임 자리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보험판매원인 그는 최근 남편이 다니던 건설회사의 부도로 실직하자 생계 유지를 위해 일을 하나 더 찾기로 결심했다. 지난 12일 자신이 일하는 보험회사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난 올라프스도티르는 “한달 수입이 약 65만크로나(금융위기 전 환율로 1200만원가량)였는데 남편이 얼마전 일자리를 잃으면서 약 30만크로나(현 환율로 300만원가량)로 줄었다”고 말했다. 아이슬란드에 무슨 일이 있었나. 아이슬란드는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
1부- (1) 아이슬란드를 가다 레이캬비크(아이슬란드) | 김재중 기자 싼이자로 빌린 외국돈이 재앙의 부메랑으로 건설업체 줄도산 신축건물 대부분 공사중단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 북쪽의 항구 근처에서 지난 12일 바라본 대규모 빌딩 건설 현장. 아이슬란드는 지난 몇년간 부동산 거품을 타고 주택과 빌딩 신축이 활발했으나 국가부도 직전까지 내몰리면서 곳곳에서 공사가 중단된 건물을 쉽게 볼 수 있다. 지난 7일 자정 무렵 아이슬란드 유일의 국제공항 케플라비크 공항에 도착한 기자를 차에 태운 현지 가이드는 “상황이 어떠냐”는 첫 질문에 “엉망이죠”라고 짧게 답하고 시동을 걸었다. 수도 레이캬비크로 향하는 왕복 4차선 고속도로는 부슬비에 젖어 가로등 불빛을 튕겨내고 있었다. 출발하기 전 외신을 통해 아이슬란드 ..
한나라당은 지난달 28일 불법시위로 피해를 본 피해자들이 손쉽게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시민집단소송’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환경, 노동, 소비자, 시장독점 등 사회개혁적 집단소송제도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거나 반대했던 한나라당이 들고 나온 것이기에 그 배경부터가 궁금하다. 야4당과 시민단체 대표들이 광화문광장에서 집회의 자유를 보장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정원식 기자 집회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의 일종으로서 국민에게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민주적 공동체가 기능하게 하는 불가결한 근본요소다. 직접민주주의를 배제하고 대의민주제를 선택한 우리 헌법에서 일반 국민은 선거권 행사 외에는 집회의 자유를 행사해 공동으로 정치의사를 형성하는 가능성밖에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