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금융위기 원인과 대안…국내 전문가 51명 설문 장관순기자 경향신문이 전문가 51명을 대상으로 금융위기의 원인을 물은 결과, “신자유주의 경제체제가 미국발 금융위기의 원인”이란 답변이 가장 많았다. 위기의 대안으로는 “시장 우위 구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신자유주의 체제 문제, 정책의 실패, 자본주의 자체의 한계 순으로 응답했다. ‘신자유주의적 금융자유화에 따른 시장의 자기붕괴’라고 밝힌 응답자가 21명(41.17%)으로 가장 많았다. 이 응답자는 주로 이병천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 등 비판적 학자, 시민운동가들이었다. 다음으로는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과잉, 부실한 금융감독 체계 등 정책의 실패’..
ㆍ“최악위기”엔 공감… 언제 끝날지는 진단 못해 조찬제기자 1. 금융위기의 심각성 전문가들은 미국발 금융위기를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로 평가하는 데 별 이견이 없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 프린스턴대 교수는 “이번 위기는 대공황과 닮은 점이 많다”고 밝혔다.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와 미국 경기진단을 총괄하는 전미경제연구소(NBER) 전 의장인 마틴 펠트스타인 미 하버드대 교수도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고 진단했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대공황에 버금가는 위기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저금리 정책을 펴 글로벌 금융위기를 배태한 장본인으로 불리는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전..
ㆍ금융위험에는 장벽이 없다-허술한 방어벽 전창환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이번 미국의 금융위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우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극단적인 저금리정책으로 과잉유동성이 지속적으로 공급되어 부동산 거품이 광범위하게 형성된 것이 위기의 기본적인 배경이었다. 더 중요한 것은 단기금융수익성에 혈안이 된 미국 투자은행들의 CEO들이 높은 차입비율에 기대어 위험천만한 파생상품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시적인 개별 기업이나 국가 차원에서 이런 행태에 대해 제대로 견제와 감시를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실제 미국의 투자은행들은 일반 상업은행에 적용되는 레버리지(차입) 비율보다 두 배 이상 높은 30 대 1의 높은 레버리지를 이용했다. 과연 이들은 이렇게 높은 레버..
ㆍ후불제 인수방식·사모펀드·공매도가 ‘문제’ 서의동기자 #2005년 5월27일 금융감독위원회 제9차 정례회의는 주목할 만한 결정을 내렸다. 당시 여의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었던 리딩투자증권의 브릿지증권에 대한 합병을 승인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금융기관의 인수·합병이 금융감독당국에 의해 허가되지 않은 첫 사례였다. 리딩투자증권은 그해 2월 브릿지증권 지분 86.9%를 1310억원에 사들이기로 브릿지증권의 대주주인 BIH(브릿지 인베스트먼트 라부안 홀딩스)와도 계약을 맺었다. 리딩은 계약금 20억원만 먼저 받은 뒤 187억원은 인수권을 담보로 은행에서 빌리고 나머지 1103억원은 브릿지 증권을 사들인 뒤 이 증권사가 보유한 자산을 팔아 갚기로 계약했다. 자기 밑천의 65.5배나 되는 금융기관을 단돈 20..
· ‘부자되세요’ 라는 새로운 복음 김재중기자 2001년 연말 가정의 안방과 거실에 놓인 텔레비전에서는 새로운 복음(?)이 전해졌다. 외환위기가 남긴 상처를 안고 있던 시민들에게 “여러분, 부~자되세요”라는 덕담이 배달된 것이다. 이는 부(富)를 열망하면서도 부를 경멸하던 사람들의 이중적 가면을 찢어버리기에 충분했다. 그로부터 7년이 흐른 뒤 부자되기는 한국 사회의 공중도덕이 되어버렸다. 코흘리개 아이들을 위한 재테크 교육서가 서점 매대에 깔려 있는가 하면 재테크에 뛰어든 ‘현명한’ 주부들을 가리켜 ‘쩐모양처’라는 말까지 유행하고 있다. 서울에서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이모씨(37)는 요즘 씁쓸한 감정을 지울 수 없다. 지난해 처음 시작했던 부동산과 펀드 재테크의 초라한 성적표를 볼 때면 허탈한 웃음도 나온..
ㆍ전통적 제조부문 기술개발 소홀…자회사 키우다 ‘금융불똥’에 몰락 김재중기자 현대 금융자본주의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전통적인 제조업체가 금융업에 진출, 금융부문을 확대시켜 나가는 현상이다. 제조업의 금융화를 대표하는 사례는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이다. 미국의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이 자신이 발명한 백열등을 비롯한 각종 전기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만든 에디슨제너럴일렉트릭과 다른 두 전기회사가 1892년 통합해 설립됐다. 그렇다면 현재의 GE도 여전히 제조업체일까. GE그룹이 올리고 있는 수익으로 보자면 반드시 그렇지 않다. GE의 금융부문인 ‘GE캐피털’은 금융위기 이전 GE그룹 전체 이윤의 40%를 차지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업체였던 GE의 금융화를 진두지휘한 인물은 81년부터 20년..
ㆍ1부-7. 금융위험에는 장벽이 없다 ㆍ투기자본 주연의 ‘충격·공포 드라마’ 이강택 KBS PD ‘3차 오일쇼크’라는 드라마 지난해 7월 중순 유가가 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 배럴당 무려 147.17 달러. 연말이면 200달러로 치솟을 것이라는 ‘슈퍼 스파이크’론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 아니냐는 공포가 지구촌을 휩쓸었다. 그러나 불과 사흘 만에 유가는 10% 폭락했고 두 달 후엔 90달러 선까지 무려 50달러나 떨어졌다. 세계 석유수요가 별로 줄지 않았음에도, 더구나 중동 산유국들이 모여 하루 50만배럴을 감산하기로 결의하고 멕시코 만 유전지대에서 생산량이 5% 줄었음에도, 송유관이 지나는 그루지야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태풍 아이크가 미국 정유시설의 25%를 손상시킬 거라는 보도에도 불구하고 석유가격은 ..
1부-(6) 금융자본의 위험한 게임 (下) 키코 - 무너지는 중소기업 장관순·유희진기자 전자업체 ㄱ사의 재무담당 임원 ㄴ씨의 요즘 일과는 이른 아침 다우지수 시황 및 해외 환율 동향을 체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는 “키코라는 게 하루하루 속을 태우고, 뒤집고, 바싹 졸이면서 서서히 사람을 죽여가더라”고 했다. “외환시장이 개장하는 아침 9시면 가슴이 두근두근 뛰는데, 불안감 탓에 오후까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때도 있습니다. 환율이 하루에 50~100원 왔다갔다 할 때마다 회사 돈 6억~7억원이 순식간에 날아가는 게 보여요. 안 그래도 요즘 회사가 극심한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대로 당하다가 한순간에 날아가는 게 아닌지 걱정입니다.” 계약 때 키코 상품 위험 듣지 못해 이명박 정부 출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