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환경문제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실천하는 언니가 있다. 에너지를 허투루 쓰는 일이 없다. 겨울엔 난방을 거의 하지 않고 여름엔 에어컨을 함부로 켜지 않는다. 얼마 전엔 베란다에 미니 태양광도 달았다. 아끼는 걸 넘어 에너지를 생산하고 싶다며. 쓰레기 문제에도 민감해서 손수건과 텀블러 사용은 기본이다. 언젠가 바빠서 음식을 배달시켰더니 일회용품이 한가득이더라며 이젠 배달을 삼가고 어쩔 수 없을 땐 집에서 그릇을 가져가 담아올 정도다. 어느 날 카톡으로 언니에게 물었다, 언니는 왜 그렇게 애쓰며 사는지. 언니 말이 동식물이 살기 힘들고 자연생태계가 망가지면 사람이 살기 어렵다고, 잠시 스쳐가는 삶인데 편의만 앞세워서 환경을 망쳐 놓으면 후대 사람들은 어떡하냐고 한다. 그런데 이런 언니네 차가 경유 S..
한국은 복지 후진국이지만 지원금에서는 단연 앞선 나라다. 많은 이름의 지원금이 다양한 분야로 흘러들어간다. 그런데 이 지원금이 개인에게 직접 지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개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도 대부분 업체나 단체 같은 곳을 통해서 준다. 지원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종종 매우 높다. 최근 전국에서 유행하는 미니 태양광도 지원금 비중이 대단히 높고 업체를 통해서만 지급된다. 서울시에서는 100만원이 넘는 500W 미니 태양광 비용을 70% 이상 지원해주는데, 지정 업체를 통해서만 설치해야 하고 지원금은 이 업체에 바로 지급된다. 500만원짜리 3㎾ 주택용 태양광 시설도 마찬가지다. 국가와 지자체에서 업체에 주는 지원금이 설치비용의 절반이 넘는다. 중앙정부나 지자체에서 지원금을 개인에게 직접 주지 않고 기..
“좋은 일자리 만드는 건 결국 기업.” 지난 4일 SK하이닉스 청주공장에서 열린 제8차 일자리위원회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다. 업무지시 1호가 대통령 직속의 ‘일자리위원회’ 설치와 운영이었을 만큼 문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왔다. 하지만 이날은 정부가 “일자리 양을 늘리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며, 기업의 투자 촉진과 활력을 당부하고 정부는 기업 발전의 도우미가 되겠다고 했다. 이날 일자리위원회가 꼽은 5대 신산업의 내용을 보면, 결국 재벌 대기업에 일자리를 요청하고 최대한 지원을 약속한 셈이다. 고용 부진에 대한 대통령의 답답함과 초조함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지는 따져보아야 한다. 2004년 노동부가, 2010년 대법원이 사내하청의..
지난여름 무더위 속에서 내내 이어진 BMW 화재사고는 폭염을 어렵게 견딘 시민들의 마음속까지 까맣게 태웠다. 아직까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는 기업을, 정부를 바라보는 마음은 더욱 편치 않다. 그러나 이번 BMW 문제는 차량결함이라는 단순 사실에서 나아가 왜 이런 사고가 발생했는가의 본질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BMW의 화재사고와 2015년 폭스바겐 디젤게이트는 특정 회사의 문제가 아닌 모든 디젤차량의 대기오염 유발문제라는 본질에서 바라봐야만 하기 때문이다. 디젤차량의 질소산화물 배출은 휘발유의 10배에 달한다. 과도한 질소산화물 배출로 인한 도심의 오존농도 증가가 국민 호흡기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매우 심각하기에 디젤차량을 줄이는 것은 그 어떤 대기환경정책보다 중요하다. 그럼에도 미세먼지만큼 주목..
우리 사회 에너지전환은 다른 나라에서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현상까지 더해지면서 더디기만 하다. 거대 발전시설 입지가 야기했던 사회갈등이 최근엔 태양광시설 설치 예정지역들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환경보건영향을 이유로 지역 주민이 태양광 패널 설치를 반대하는 해외사례를 듣지 못했기에 당혹스럽다. 일부 산림 훼손이 심한 경우는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최근엔 잘못된 정보로 혐오시설인 양 반대하는 일도 없지 않다. 대표적 사례가 서울대공원 주차장에 들어설 태양광 시설에 대한 반대다. 서울에너지공사는 서울대공원 정문 주차장 부지에 약 10㎿ 규모의 태양광을 ‘제2호 태양광 시민펀드’ 방식으로 설치할 계획이다. 그런데 얼마 전 사업설명회가 파행으로 치달았다. 일부 과천시민들의 반대 때문이다. 해당시설이 도시미관을 해..
“이렇게 계속 갈 수 있을까?”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지난여름의 폭염이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우울한 예측을 보며 들었던 물음이다. 우울하게 만드는 건 기후만이 아니다. 소득불균형, 실업과 취업난, 집값 폭등, 고령화와 빈곤노인층, 저출산과 인구절벽 등 각종 통계로 드러나는 현실은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힌다. 역설적이게도, 오늘의 현실은 우리가 열심히 살아온 결과다. 그러니 지금의 방식으로 더욱 열심히 일하는 것은 상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해법은 지금과 전혀 다른 길에서 찾아야 한다. 암울한 전망 속에서도 우리가 기존의 길을 고집하는 것은 새롭게 길을 그릴 상상력이 없어서 그럴지 모른다. 현재의 방식이 선택의 전부라고 철저히 학습되었는지도 모른다. 혁신이 절실하다. 혁신은 ‘피(皮)’를 ‘혁(革)’..
언제 있었냐는 듯 동계올림픽 경제 효과의 허상은 사라지고 지금은 개발망령의 뒷감당조차 벅차 보인다. 경기장은 애물단지로 전락했고 호우로 인한 산사태와 침수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주민이 떠안아야 하며 영세한 시공업체는 공사대금조차 받지 못해 부도위기에 몰린 것이 현실이다. 올림픽만 개최하면 잘살 것이라는 희망으로 유치를 노력한 지역주민과 지자체는 또 다른 투자를 요구한다. 도대체 60조원의 경제효과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우리나라에서 국민의 피땀으로 만들어진 민간투자자금은 지금도 여전히 눈먼 돈이다. 거의 모든 대규모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는 오로지 사업의 진행만을 위해 거짓으로 일관한다. 사업자와 정치가가 서로의 이익만을 위해 주민의 고혈은 안중에 없기 때문이다. 공항 또한 대표적인데 무안공항의 현재 이용률은..
어떤 보도가 있다. 그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면 둘 중 하나다. 하나는 잘 모르면서 아는 듯이 썼거나 또는 잘못 알고서도 잘못 아는 줄 모르고 틀리게 쓰는 경우다. 다른 하나는 사실관계를 알면서도 자기주장을 위해 사실을 외면하거나 억지 논리로 사실을 감추고 거짓 주장을 내세우는 경우다. 요즘 여러 언론보도를 보면 도가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언론이 사회 공익을 위해 정확한 정보를 발신하고 공유하는 역할을 포기하고 도그마에 빠진 느낌이 든다. 대표적인 사례가 에너지 전환 관련 보도다. 세계적으로 탈원전 운동과 정책이 등장한 배경을 모조리 망각한 것처럼 보인다. 일부 언론이 주장하듯 원전이 안전하고 다른 어떤 에너지원보다 저렴하다면 왜 탈원전 에너지전환이란 거대한 움직임이 등장했을까? 왜 원전에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