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위한 세금을 아이들을 위해 쓰라는 당연한 요구에도 소수 기득권을 위해 묵살하는 사회,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작업환경 요구에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반대하는 사회, 부자가 세금을 조금 더 내고 가난한 사람의 소득을 높이면 국민이 못살게 된다고 반대하는 사회, 회계를 조작한 회사를 엄벌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조작을 옹호하는 사회, 부동산 불로소득에 부여하는 세금을 높이는 게 폭탄이라고 하는 사회, 미세먼지와 화학물질 공포의 개선을 위해 규제를 강화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반대하는 사회, 위장전입과 부동산투기, 탈세의 범법행위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 중에는 나라를 이끌어갈 인재가 없다는 사회, ‘착한’이란 말로 포장해서 최저임금조차 쥐여주지 않으려는 노동착취를 미화하는 사회, 그래서 피해자만 억울한 ..
2018년도 이제 10일 정도 남았다. 올 1년간 우리 사회의 주목할 만한 환경사건으로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 이틀 전 환경운동연합이 선정한 10대 환경 이슈는 월성1호기 폐쇄, 신규 원전 4기 백지화, 4대강 보 13개 개방, 침대·생리대 등 생활용품 라돈 검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카페 매장 내 일회용컵 규제·단속, 미세먼지 저감·관리 특별법 통과와 노후 석탄발전소 봄철 가동 중단, 주택가 비닐·스티로폼 쓰레기 수거 대란, 환경부로 물관리 업무 일원화, IPCC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 채택, 새만금에 세계 최대 태양광·풍력발전단지 조성 계획 발표 등이다. 여러분은 어떤 사건을 꼽겠는가? 나는 우리나라 관측 사상 최고였던 ‘폭염’을 넣고 싶다. 기후변화가 계속되고 있기에 이번 폭염은 서막에..
한국의 원자력주의자들에게 탈원전, 에너지전환은 재앙이다. 그들 자신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도 재앙이다. 탈원전은 한국 경제를 구렁텅이에 빠뜨리는 재앙, 태양광은 중금속 범벅의 처치 곤란 폐기물 더미만 남기는 재앙, 풍력발전은 산과 들과 어장을 망치는 재앙일 뿐이다. 이들에게 재앙이 미치는 범위는 대단히 좁다. 남한이라는 공간, 현재라는 시간, 돈이라는 물적 가치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다. 지구와 미래라는 시공간, 행복한 삶이라는 가치는 일고의 고려 대상도 되지 못한다. 전 지구와 인류의 미래가 걸린 기후변화는 저 멀리 남의 이야기일 뿐이고, 핵폐기물을 떠안을 후손들의 행복은 더더욱 관심 밖이다. 자기 이익을 지킬 수만 있다면 필요한 자료와 수치를 부풀려 에너지전환을 공격하는 것만이 이들의 주요 관심사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설 즈음, 많은 사람들은 세상이 획기적으로 바뀔 것이라 기대했다. 개인적으로도 기대가 컸다. 기회가 돼 우리나라의 심각한 자연환경 훼손 문제 개선을 위해 그간 쌓인 적폐 중 꼭 청산해야 할 한 가지를 주문한 바 있다. 개발자가 작성하는 환경영향평가서를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가 작성토록 바꾸자는 것이었다. 언뜻 당연해 보이는데 아직까지 우리 법에는 개발할 사람이 예정지의 자연환경을 조사하고 평가토록 하고 있다. 생각해보자. 내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골프장이나 관광단지를 조성하려 산과 들을 매입했는데, 그곳이 보전을 통한 공익적 가치가 개발가치를 훨씬 능가하는, 국민 모두를 위해 보전되어야만 하는 곳이라면 개발당사자는 어떠한 행동을 취할까? 국익을 위해, 나보다는 국민을 위해 희생한다? 그..
지금 나는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의 비상근 이사장으로서, 뒤셀도르프를 거쳐 베를린에 머물며 독일의 주요 에너지·기후변화 관련 싱크탱크를 만나고 에너지전환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매번 방문할 때마다 독일의 에너지전환 움직임이 놀랍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도대체 이들은 어떻게 이렇게 앞서 나갈 수 있는 걸까? 독일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고 직후 ‘안전한 에너지공급을 위한 윤리위원회’를 출범시켜 광범위한 사회적 대화를 진행한 후 당시 17기 원자로 가운데 노후원자로 9기를 즉각 정지시키고 남은 8기를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줄여가기로 했다. 작년에 이미 1기가 문을 닫아 이제 7기만 남았다. 그 사이 재생가능에너지 이용은 점차 늘어나 지난해 전력 생산의 33.3%가 되었다. 원자력은 11.7%에 불과..
독일 남부 보덴호 근방에 솔라콤플렉스라는 기업이 있다. 다가오는 세번째 천년기를 앞두고 그 지역 30·40대 청년들이 이 시대에 요구되는 가장 의미 있는 일을 찾던 중 설립한 사업체이다. 일주일에 걸친 세미나 끝에 그들은 에너지전환이 새 천년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결론을 내리고, 2030년까지 인구 26만명이 사는 이 지역의 에너지전환을 완수하겠다는 결의로 기업을 시작했다. 20명이 5억원으로 시작한 솔라콤플렉스는 그동안 크게 성장하여 18년째가 된 지금 출자자 1200명, 자산 1300억원 이상의 중견기업이 되었다. 학교 옥상에 작은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하던 초기 사업은 이제 마을 전체의 에너지를 재생가능에너지로 공급하는 큰 규모로 발전했다. 현재 솔라콤플렉스에서 1년 동안 생산하는 에너지는 전기와 열..
최근 교체설이 나도는 청와대 정책실장은 자신이 주도해온 ‘소득주도성장’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고, 여기에 신랄한 비판이 쏟아졌다. 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을 접할 때마다 그 이름이 궁금했었다. ‘혁신성장’도 그랬다. 알고 보니 각기 분배와 성장을 중시하는 정책이란다. 알고 나니 더 궁금해졌다. ‘분배’라는 말은 왜 빠졌을까? ‘성장’ 대신 왜 굳이 ‘혁신’성장이란 말을 만들었을까? 소득주도성장에서 성장은 여전히 목표로 분명하게 드러나지만, 누구의 소득주도인지 특정되지 않음으로써 소득불균형 문제와 분배의 중요성은 부각되지 않는다. 혁신성장은 규제혁신을 통한 성장이고 규제혁신은 규제철폐나 완화를 뜻하니, 혁신성장은 기존의 성장을 에두르는 말일 뿐이다. 분배를 선명히 내세웠을 때 오는 부담..
4대강을 포함해서 가습기살균제, 미세먼지, 폭염, 미세플라스틱 등 열거하기도 버거운 각종 환경문제들에 대한 수습이나 개선에 관한 긍정적 소식은 감감하고 오히려 시간이 가면서 더 많은 문제들이 불거지는 형국이다. 이 만연한 문제들의 해결을 모색해야만 하는 국정감사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기 환경부 장관의 전격 교체가 공표되었고 국정감사는 흐지부지 넘어갔다. 환경부 장관 교체발표 바로 얼마 전 문재인 정부의 2기 내각구성을 위한 대규모 장차관 교체가 있었다. 이 당시 포함되지 않았던 환경부 장관이 묘한 시기에 교체된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지난봄 발생한 ‘재활용쓰레기 수거대란’의 대응문제가 이유였지만 그렇게 인정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어 보인다. 다음 세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알량하게 남겨진 얼마 안되는 자연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