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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8일 지면게재기사-

요즘 유난히 ‘단독’이란 단어를 많이 접한다. 언론 종사자에게는 의미가 큰 것 같지만, 단독이라는 머리를 한 기사가 특별하게 느껴진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포털이 모든 뉴스를 한곳에 모으는 상황에서 단독이라는 제목이 무슨 소용인지도 궁금하다.

곧이곧대로 풀어보면, 단독기사는 기자가 누구보다 열심히 취재하여 다른 언론사에서 인지하지 못한 사실을 밝힌 보도일 것이다. 그러함에도 단독기사가 특별하다고 느껴지지 않으니 의아한데, 아마도 단독이 붙은 기사의 충분성이나 짜임새가 부족하여 그런 것 같다. 예를 들어, 경향신문에 게재된 ‘[단독]검 “정경심 교수 남매, 이면계약서 통해 코링크 돈 횡령” 판단’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살펴보면 “검찰의 말에 따르면 이면계약서를 통해 10억여원을 불법적으로 횡령했다. 지분 0.99%를 얻은 후 매달 800만원을 받았다. 허위계약으로 매월 200만원의 자문료를 받았다”가 주된 내용이다. 

이 기사를 클릭하며 가장 궁금했던 건 ‘이면계약’의 내용이었다. 어떤 계약을 맺었고 무엇이 문제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기사에 명쾌한 내용은 없었다. 검찰에서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은 것인지, 그렇다면 당사자에게 물어보기는 했는지,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면 기사를 내는 게 옳은 것인지 의아했다. 

궁금증을 안은 채 기사를 곰곰이 살펴보니 적힌 내용만으로는 검찰의 주장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우선 이면계약서를 통해 횡령한다는 게 가능할까? 계약은 갑과 을이 서로 어찌하기로 약속을 맺는 것이니, 표면계약이든 이면계약이든 ‘을이 얼마를 투자하면 갑이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일 것이다. 통상적인 계약이라면 갑과 을은 별개의 주체이므로 을은 횡령의 주체가 되기 어렵다. 횡령이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함으로써 성립하는 죄이다. 흔한 예는 회사의 자산을 관리하는 사람이 회삿돈을 유용하는 경우이다. 

즉 검찰 주장의 앞뒤가 맞으려면 갑과 을이 내부 관계여야 한다. 예컨대 실질적인 회사의 소유자 및 의사결정자(을)가 자기 회사(갑)와 어떤 계약을 맺어 비정상적으로 돈을 받는 경우 등이다. 검찰이 그간 ‘정 교수가 펀드 운용사 경영에 관여했다’는 식으로 주장하였던 것을 고려하면, 같은 선상에서 취재자료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는 기존에 수없이 보도된 ‘정 교수가 펀드 운용사 경영에 관여했다’라는 검찰 주장의 반복에 불과하니 단독 보도로 다룰 만한 새로운 사실로 부족한 것 아닐까? 

이처럼 판단에 근거가 될 내용이 기술되어 있지 않아서 독자 스스로 어렵게 추측을 이어가야 한다면 충분한 기사는 아닐 것이다. 기존의 검찰 주장을 기정사실로 인식하여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여겼는지 모르겠으나, 기자와 독자의 정보 및 인식이 같을 수는 없으므로 이해를 돕기 위한 부연은 언제나 필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또한 펀드 수익과 자문료 등이 갑과 을이 내부 관계라는 혐의를 키우려는 검찰의 근거라면, 통상적인 펀드 수익 및 자문료와 비교해서 얼마나 과다하고 비정상적 수준인지 취재해서 알려주는 것도 필요하다. 

단독 보도는 신속해야 하니 기사 내용을 숙고하지 못한 채 내보낼 수밖에 없었겠지만, 그래서 충분한 내용을 담지 못하거나 짜임새가 떨어진다면 독자 처지에서는 의미가 없다. 한 방송사의 보도국장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여 몇 시간 빠른 ‘시간차 단독’이라며 최근의 상황에 대해 자조 섞인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피치 못하게 언론사끼리 단독 경쟁을 해야 한다면, 좀 더 찬찬히 짚은 별도의 심층 기사로 보완해 주는 방법도 있다. 취재와 기사 작성에 지쳐있겠지만, 경향신문은 신뢰도에서 수위를 다투는 언론사이다. 독자로서 조금 더 수고해주실 것을 바라 마지않는다.

<강세진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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